대학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강의 평가’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성적 확인을 위한 과정으로 인식해 형식적인 참여에 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학생들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강의평가 실시 시기 및 결과 공개 등 절차가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교육정책연구소는 ‘대학 교원이 인식한 학생 강의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강의평가’는 대학생들이 자신이 수강한 과목에 대해 교수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으로, 1980년 후반에 도입돼 1990년 중반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도입 당시 찬반 논쟁이 있었으나,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많은 대학은 한 과목에 대한 강의평가를 총 2회 진행한다. 중간 모니터링 성격으로 중간고사 시점에 1회, 학기말 기말고사에 1회를 진행한다. 여기에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강의평가를 마쳐야 성적확인 또는 수강신청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구조가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는 귀찮다’고 여기게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이석열 한국교총 자문교수는 “강의평가 참여방식이 성적 확인 직전 선행조건이기에 진지하게 임하기보다는 ‘다소 귀찮은 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강의평가 결과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강의 평가 결과의 피드백 효과가 크지 않아, 교수들의 수업개선도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 학생들의 불성실한 응답을 만들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석열 한국교총 자문교수는 “실제 강의평가 결과로 제공되는 내용이 수업 개선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자신의 수업을 자기 성찰함으로써 수업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강의평가 개선 방안으로 ‘강의평가 기간’과 ‘평가 결과 공개’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석열 교수는 “학생들이 강의평가에 불성실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성적 확인 전제 조건으로 강의를 평가하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에게 강의평가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신중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강의평가 기간을 기말고사 2주 전에서 기말고사 끝날 때까지로 일정기간 정해서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강의평가를 참고할 수 있는 방법 구축도 마련돼야 한다. 현재 학생들의 강의평가는 각 대학 홈페이지나 수강신청시스템이 아닌 ‘에브리타임’(대학 커뮤니티)을 통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열 교수는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를 독려하면서도, 강의평가 결과를 안내하거나 홍보하는 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의평가 개선을 전제로, 학생들이 강의평가 결과를 수강신청 2주 전부터 수강신청이 마무리 될 때까지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참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 효과를 높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다양한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교수는 “이미 여러 외국 대학들에서는 학생에 의한 평가 외에 자기평가, 티칭 포트폴리오, 동료평가, 행정 담당자들 평가 등 다양한 평가방법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동료에게 수업을 공개하고 평가받는다는 자체에 부담이 크지만, 교수 역량 강화 및 학생 강의평가 보완에 활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