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되곤 합니다. 구조적 모순 속에서 직역 간 갈등이 이어져 온 가운데 변혁의 시간을 맞고 있습니다.”
국내외 임상병리사 3000여명이 인천 송도 컨벤시아를 가득 메운 지난달 30일, 이광우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은 “미래를 지향하는 협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협회는 이틀간에 걸쳐 이뤄진 제62회 종합학술대회 및 국제컨퍼런스를 진행했다. 행사의 주제는 ‘빛나는 지혜로 진단검사 미래를 열다’였다. 국가별, 분과별, 주제별 다양한 심포지엄과 연구과제 발표, 정책포럼, 학술강연 등이 잇따라 관심을 모았다.
이 협회장은 “임상병리사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진단 검사는 물론 검체 채취 실무자로서 정확하고 신속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묵묵히 현장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임상병리사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 치료, 예방하기 위해 혈액, 체액, 세포, 조직 등을 채취하고 검사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최근 협회는 보폭을 넓혀 지역사회에 다가서고 있다. 지난 5월 포천시, 6월엔 서울 성북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건강증진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보건의료사업 자문, 만성질환 교육·검사, 체외진단기기 정도 관리 등을 전개한다. 정연오 포천시 보건소장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보건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찾아가는 임상병리 지원 서비스’는 확장될 예정이다. 학교, 센터·시설, 체육행사, 축제에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시행하는 한편, 세균 배양 검사 등을 통해 쾌적한 재래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도 기획 중이다.
이 협회장은 “의료 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에 맞춰 능동적으로 기능하고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같은 맥락에서 지역 돌봄 시스템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짚었다.
협회는 재택의료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임상병리사의 역할을 다져갈 방침이다. 지난 3월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은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노인, 장애인 등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협회장은 “돌봄통합지원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임상병리사 뿐만 아니라 직능별 직무를 넓히는 법제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돌봄통합지원법 관련 임상병리사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를 다음달 주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