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보면서도 놀란 ‘베테랑2’, 자부심 느꼈죠” [쿠키인터뷰]

정해인 “보면서도 놀란 ‘베테랑2’, 자부심 느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9-12 06:00:08
배우 정해인. CJ ENM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은 정해인에게 ‘처음’들을 선물한 작품이다. 데뷔 11년 만에 처음 악역을 맡은 데 이어 칸 레드카펫도 처음 밟았다. 덜덜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넣어서라도 감추려 했지만, 태연함을 가장할 순 없었단다. 지난 1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해인은 이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떨지 않는 척은 연기로도 안 되더라고요. 다시 오지 않는 순간 같아서….” 생각만 해도 좋다는 듯 큰 눈이 반짝였다. 

배우 인생에 다신 없을 일. 정해인은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 갔던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엄마친구아들’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돌아온 그는 최근 몇 년 간 넷플릭스 ‘D.P.’ 시리즈와 디즈니+ ‘커넥트’, JTBC ‘설강화’ 등 굵직한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왔다. “물 흐르듯 상황에 맞게” 작품에 임하며 그의 연기 세계는 자연히 넓어졌다. 신작인 ‘베테랑2’를 통해서는 선 굵은 액션과 소름 돋는 눈빛으로 새로운 변신에 나선다.

정해인은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제 연기를 보면서도 낯설더라고요. 눈을 저렇게까지 떴나 싶은 순간이 여럿이었어요. 이질감이 들었을 정도였죠.” 언론 시사 이후 동공 연기에 관한 찬사가 이어지자 뿌듯함도 느꼈다. 정해인은 영화 속에서 사적 단죄를 핑계로 살인을 자행하는 경찰 박선우를 연기한다. 충분한 서사 없이 임한 만큼 그는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즘에 관해 공부하며 캐릭터에 다가섰다. 우월감에 빠져 여유로운 미소를 자주 짓거나, 모든 상황이 자신의 통제 아래 놓여있다는 자만심으로 가득하다는 설정이 그로부터 나왔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첫 악역이 남긴 후유증도 있다. 정해인은 박선우를 연기하면서 사람들과 만남을 줄였다. 캐릭터와의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다. 어머니까지 그를 낯설어했을 정도다. “생각하는 회로가 정상인 범주에서 살짝 틀어져 있었다”고 돌아보던 그는 “빠져나오는 시간이 가장 길었던 작품”이라며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으니 악역은 가끔만 해야겠다”며 웃었다. 첫 악역이 남긴 교훈 아닌 교훈이다.

액션 대가 류승완 감독과 함께하며 정해인은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정해인은 극에서 ‘UFC 경찰’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이종격투기 기술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이를 위해 주짓수를 배우며 일찌감치 액션 준비에 힘썼다. 여느 작품보다도 더 철저히 몸만들기에 힘썼다. 결과는 눈부시다. 영화 속에서 그는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찰박거리는 물 위에서 미끄러지듯 싸우고, 인파가 몰린 남산공원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오며 격렬히 다툰다. 어느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멋진 액션이 넘쳐난다. “정해진 콘티(촬영용 그림 대본) 안에서 안전하게, 약속한 대로만 찍었어요.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 촬영한 장면이 멋지게 나오니까 보람이 크더라고요.” 얼굴엔 역시나 흡족함이 가득했다.

전편과 속편 사이에 흐르는 시간만 9년. 그동안 정해인은 주목받는 신인에서 기대주와 대세로, 이를 넘어 스타로 떠올랐다. 신인 시절 동경하기만 하던 영화 시리즈의 주인공으로도 낙점됐다. 정해인은 “많은 게 바뀌어도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그대로”라며 “앞으로도 묵묵히 차근차근히 연기하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베테랑2’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접했다고 말을 잇던 그는 “내가 보기에도 낯설고 어색하며 이상한 표정이 많이 담긴 영화”라면서도 “지금 결과물은 감독님이 좋게 본 집합체”라며 “‘베테랑2’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흥행을 염원했다.

정해인. CJ EN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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