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와 액션 사이…‘베테랑2’ 류승완 감독의 고민과 답 [쿠키인터뷰]

메시지와 액션 사이…‘베테랑2’ 류승완 감독의 고민과 답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9-13 06:00:07
영화 ‘베테랑2’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CJ ENM

류승완 감독에게 영화 ‘베테랑’ 속 서도철(황정민)은 기준을 지키는 사람이다. 언뜻 거칠고 험해 보이지만 자신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타인을 상처 입히진 않아서다. 세계 평화를 지키는 영웅은 아니지만, 위태롭고 문제 많은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달린다. 류 감독은 서도철을 통해 우리 사회를 비추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여곡절을 거쳐 극 말미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을 담아낸다.

개봉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류 감독을 만났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던 그는 영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화색이 돌았다. 전작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둔 만큼 신작을 공개하기 전 여러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문제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만족감이 어떤지, 제작자 의도가 잘 전달됐는지”가 가장 걱정이란다. “결혼식장에 자식을 들여보내는 기분”이라고 하는 얼굴이 묘했다.

‘베테랑2’는 일반관뿐 아니라 아이맥스(IMAX)와 4DX, 돌비 애트모스 등 여러 특수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류 감독은 전작 ‘모가디슈’와 ‘밀수’로 돌비 사운드 작업을 경험했다. 그런 그도 돌비 비전 시각 작업을 해본 건 ‘베테랑2’가 처음이다. 특수관으로 만나는 ‘베테랑2’는 좀 더 특별하다. 걸출한 액션 장면이 타격감을 전달하는 음향 효과와 어우러져 입체감 있게 와닿는다. 류 감독이 “듣는 것에서만큼은 만족감을 얻을 것”이라고 자부하는 이유다.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언론 시사 이후 가장 많이 회자된 건 역시나 액션이다. 비 오는 날 옥상에서 펼쳐지는 과격한 격투가 대표적이다. 배우 모두가 미끄러지며 싸우고 물을 찰박이며 이리저리 맞붙는다. 제작부와 미술부의 헌신에 무술감독의 세련된 액션 디자인과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탄생한 명장면이다. “처절한 자연환경 속에서 빗방울이 살을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치열한 격투가 추위까지 뚫어내며 열기를 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출했다. 투덜대면서도 몸 사리지 않는 황정민과 성실히 연기하는 정해인의 노력이 메가폰의 의도를 극대화한다.

9년 전 개봉한 1편이 재벌의 갑질 등을 겨냥했다면 이번엔 사적 복수와 가짜뉴스, 마녀사냥 등 사회 현안을 아우른다.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도 담겼다. 류 감독은 “또렷하게 드러나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영화마다 사회를 바라보는 크고 작은 시선을 담아왔다”면서 “이번엔 선악 구도를 무너뜨리고 정의와 신념의 대결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대중을 겨냥한 액션 영화인 만큼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의 균형을 지키는 데 주목했다. 악당(빌런)의 서사를 배제한 이유이기도 하다. 류 감독은 악당(빌런)을 초장부터 공개하며 빌런 찾기가 아닌 메시지 전달에 힘쓴다. 감독은 “1편과는 다른 느낌을 유지하되 액션 장르에 걸맞은 장면들에선 관객이 극장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공들였다”고 짚었다.

류 감독 말처럼, ‘베테랑2’는 그릇된 신념을 가진 살인마 ‘해치’와 이를 저지하려는 정의로운 베테랑 경찰 서도철이 맞붙는 이야기가 118분에 걸쳐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둘의 대립만을 내세우진 않는다. 류 감독은 “해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감과 촉으로만 수사하던 서도철은 직업윤리를 되돌아보고 반성·사과하는 어른이 된다”면서 “지켜야 할 일상이 있는 서도철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3편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류 감독은 “2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후속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이야기 구조와 해치의 탄생 등을 정리한 트리트먼트와 시나리오들이 있다. 황정민과도 (3편에 관해) 이야기 중”이라고 귀띔했다.

‘베테랑2’ 촬영 현장에서의 류승완 감독 모습. CJ EN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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