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가계부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의원들이 가계부채 관련 구두개입을 문제삼자 “소비자들께 사과드린다”면서도 “개입하지 않았다면 사태가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도 기관장으로 나왔음에도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단연 금감원장에 집중됐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오전에는 단 한 번의 질의도 받지 못했다.
“제가 답변할 위치인지 고민돼”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여야는 김건희 여사 무혐의 처분을 두고 집중 공방을 벌였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는 헌법에 금지되어 있는 특권 계급, 그 어떤 범죄 혐의에도 불소추되는 치외법권이라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국민은 결코 김 여사에게 불소추 특권을 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 역시 “검찰 역사의 치욕의 날”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핵심 피의자이고 공범이 아니라 사실상 주범으로 보이는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다. 주가 조작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중대범죄”라고 추궁했다. 이어 주가조작 선수 간에 주고받은 카톡 화면을 보여주면서 “이 대화가 오간 뒤 7초 후에 김 여사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일어난다. 이걸 보면 통정매매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원장은 앞서 “검찰 기소 내용을 보지 못했다. 답변할 위치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한데 이어 재차 “전달 경로가 어떻게 됐는지, 어떻게 연결됐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야당 의원들의 김 여사 무혐의 처분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게 정무위에서 논의할 내용인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할 내용 아닌가”라며 “너무 정치 공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어 “이런 정치공세는 성공할수없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민주당에 따졌다.
“가계대출 개입 안 했으면 금리 못 내렸을 것”
여야 의원들은 이 원장이 공매도, 가계부채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들에 대해서 ‘선을 넘었다’며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권 의원은 은행권 가계대출,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우리금융그룹의 보험사 인수 등과 관련한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검사 시절에 말로 수사했느냐. 마치 자기가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말로서 다 하고 월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불편함을 드리거나 미숙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 말씀을 올리겠다”고 해명했다.
여러 차례 사과했음에도 ‘이 원장 말로 금리를 왔다 갔다하는 것은 관치금융’,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자 이 원장은 “가계대출 추세를 안 꺾었으면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금리 인하도 어려웠을 것이고, 국내 경제 상황은 더 힘든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발끈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당시 가계대출 금리를 높인 것이 대출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보다는 이익이 늘어나는 추세에 편승한 부분이 있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가계대출에 대한 구두 개입 등과 관련해서는 “개입 방식 부분 등에 있어서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비판은 감내하겠지만 8월 중 가계대출 추세를 꺾어야 한다는 것은 경제팀 내 공감대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제가 (메시지를 내는) 역할을 하게 됐다”며 “비판은 제가 감내하겠지만 가계대출 추세 내버려 두는 게 맞다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 말을 끊으면서까지 이 원장이 답변을 이어가자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 시절,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는 거 들어봤나. 기관장의 말은 무거워야 한다. 말이 길어지면 안된다”고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정치 할 생각 없다…이제 좀 믿어달라”
이 원장의 정계 진출에 대한 질의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원장 최근 발언을 보면 좀 오바하는 것 같다. 금감원은 조사하고 감독하는 기관인데 언론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준다”면서 “이 원장 혹시 정치할 생각이 있나”라고 질의했다.
이 원장은 “지금 취임하고 세 번째 국감인데 나올 때마다 이 질문을 받는다. 총선도 있었고 심지어 어제는 재보선까지 있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안 나갔지 않나. 국회에 진출할 생각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제가 잘못한 부분은 많이 반성을 하고 있다”며 “다만 상법 개정이라든가 금투세 폐지, 주주가치 제고 등은 시장이랑 직접 연결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발언을 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좀 도를 넘은 부분이 있으면 자중하고 신임 금융위원장님을 잘 모시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정치 할 생각 없다는 말을) 이제는 믿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