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잃어버린 깊이…유튜브가 바꾼 독서 [쿠키청년기자단]

짧은 시간, 잃어버린 깊이…유튜브가 바꾼 독서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4-10-20 16:00:05
한 남성이 도스토옙스키의 책 ‘죄와 벌’ 요약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김태훈 쿠키청년기자

독서를 책이 아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시청으로 대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책을 10~20분 분량으로 요약해 들려주는 콘텐츠가 유행이다. 동화책부터 세계 고전 명작들까지 다양한 작품이 유튜브에 요약본으로 올라와 있다.

지난 8월12일 유튜브가 발표한 자체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제목에 ‘북 튜브(BookTube)’라는 표현이 포함된 영상들의 총조회수는 3억5000만회를 넘어섰다. 

콘텐츠 소비자들은 유튜브 요약 영상에 대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고 말한다. 직장인 임모(26)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 고전 명작을 요약해 읽어주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임씨는 “책을 읽으려면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 하는데, 유튜브 요약 영상은 휴대전화만 있으면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애용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유튜브 요약 영상을 이용해 독후감 과제를 제출하기도 한다. 고등학생 양형규(18)군은 “수행평가로 독후감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매일 밤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학원까지 갔다 오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며 “책 요약 영상을 통해 전반적인 흐름을 먼저 파악한 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상우(24)씨는 “철학적이거나 심오한 해석을 담고 있는 고전 책들은 읽어도 한 번에 이해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오히려 유튜브 요약 영상을 통해 해석을 듣는 편이 독후감을 작성하기에 용이하다”라고 답했다.

한 남성이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태훈 쿠키청년기자  

유튜브 요약 영상 시청이 독서를 대신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4월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원인으로 ‘유튜브 등 영상매체에 익숙해져서(73%)’와 ‘독서를 소홀히 해서(54.3%)가 각 1, 2위를 차지했다. 

부산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박재훈(26)씨는 “독후감 수행평가를 채점하다 보면 줄거리는 물론 느낀 점까지 비슷한 제출물이 많다”며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책을 읽기 귀찮아서 유튜브 요약 영상을 보고 그대로 베껴서 적어 온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지어 자기소개서 영어로 쓰기와 같은 과제도 유튜브를 보고 이름, 장래 희망 등 단어만 바꿔서 제출한다. 스스로 글을 찾아 읽고 배우려는 노력이 예전 학생들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책에 따라 살기’의 저자 김수환 한국외대 러시아학과 교수는 유튜브 요약 영상으로 책을 보는 것은 독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독서에서 중요한 과정은 텍스트의 결을 따라가면서 저자 특유의 수사법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러시아의 차다예프는 ‘철학서한’에서 민족이나 국가를 인간으로 비유했다. 당시 러시아를 갓난아기로, 서구 유럽 국가들을 성숙한 어른으로 표현하며, 작가 특유의 유기체적 비유법을 사용했다. 수사법은 단순히 텍스트를 예쁘게 만들고 주장을 강하게 해주는 조미료가 아니라 작가만의 진짜 개성이다. 이러한 개성을 배우는 것이 독서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번 설정된 프레임에서는 빠져나오기 어렵다”라고 말하며 “유튜브 요약 영상 콘텐츠는 한 사람의 관점에 불과하므로 왜곡 현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훈 쿠키청년기자
dhfkehd4386@naver.com
김태훈 쿠키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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