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선수 향한 악플 범람…대책은 ‘지지부진’

e스포츠 선수 향한 악플 범람…대책은 ‘지지부진’

기사승인 2024-10-22 06:00:08
지난해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현장. 쿠키뉴스 자료사진

e스포츠 선수에 대한 악성 댓글(악플)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24 LoL 월드 챔피언십’이 진행 중인 가운데 포털 사이트에 선수들에 대한 악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몇 해 전부터 문제로 제기됐지만,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국감)에서 e스포츠 선수에 대한 실태 조사에 악플 피해 사례를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응원을 이유로 (선수들에 대한) 악플이 방치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네이버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팀에 대한 무조건적인 패배를 기원하거나 선수를 멸칭으로 지칭하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 과도한 비난에 다른 이용자가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이용자는 “즐기면서 보면 좋겠다”며 “왜 이렇게 악플러가 많은 건지 모르겠다”고 남겼다.

e스포츠 선수를 향한 악플은 이전부터 지적돼 오던 문제다. e스포츠 구단 T1은 지난 2020년 악플을 남긴 이들에게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팀 차원에서 고소장을 제출했다. 2022년에도 구단 소속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 대해 지속‧반복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남긴 이들에 대해 T1이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화생명e스포츠 역시 2020년 공식 소셜 미디어에 “지나친 악플에는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e스포츠 선수들은 이미 심리‧신체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2023 이스포츠 실태조사’에서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는 항목을 조사한 결과, 1, 2순위로 심리, 신체 등 건강 문제를 꼽은 응답률이 48.1%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꼴이다.

지난 9월6일 경주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LCK 팬 페스타가 열렸다. 사진은 팬들이 남긴 응원 메시지. 사진=김영건 기자

e스포츠 선수들 평균 연령대가 낮아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e스포츠 선수 연령대를 조사해보니 20~21세가 35.9%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22~24세 26.7%, 25세 이상 19.8%, 19세 이하 17.6%다. 

e스포츠 산업 규모가 커지고 위상도 높아지고 있음에도 선수들에 대한 보호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네이버 등 포털에 운동선수 기사에는 댓글창이 없는 반면, e스포츠 관련 기사는 댓글창이 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제한적이기도 하다. 운동선수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프로스포츠 경기인 심리상담 서비스’를 운영한다. 선수, 지도자, 심판이 무료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앞두고 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감 당시 정 의원의 지적에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은 후속조치를 고려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유 직무대행은 “콘텐츠진흥원 공정상생센터 내에 심리상담 트랙이 있다”며 “e스포츠 선수도 대상이라 보고 지원하는 식으로 구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요청이 있다면’이라고 조건을 달아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선수들이 어리고 주목도가 높다”며 “이스포츠 이용자층이 인터넷을 활발히 사용하는 만큼 인신공격도 많은 편이다. 경기력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캠페인 등 올바른 문화 구축과 심리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뒷받침됐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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