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다음주 토스뱅크에 대한 첫 정기검사에 착수한다. 내부통제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뱅크(SVB) 파산 사태로 불거진 유동성 문제도 점검할 계획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주 시작하는 토스뱅크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와 함께 자본적정성, 자본건전성, 수익성, 자금세탁·IT 등 업무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2020년 출범했다. 다른 인터넷은행과 마찬가지로 시장 안착을 위해 종합검사와 은행의 자본과 자산건전성, 수익성을 평가하는 경영실태평가를 3년간 면제받았다.
이번 검사는 한국은행 요청으로 금감원과 한은 공동검사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은은 단독으로는 검사를 나갈 수 없다. 다만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신용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보통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정기검사에 기본 3주가 소요된다. 필요에 따라 기간이 더 연장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도 모두 한은과 공동검사를 했었다. 이번 검사도 한은에서 참여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특히 내부통제를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의 긴 기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서 내부통제 체계를 잡았고, 빈틈이 있으면 이를 검사를 통해 메워왔다”면서 “토스뱅크는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이런 부분을 더 잘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공동검사를 요청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설립 이후 한번도 검사를 받은 적이 없어서 시기적으로나 순리상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디지털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등 유동성 문제도 주요 점검 대상 중 하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예금을 통한 자금조달 비율이 높고, 예금해지 등이 모바일 앱을 통해 언제든 가능하다. 인터넷은행 예금자는 시장정보에 민감하고, 정보에 민감한 예금자는 군집행위에 취약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에서도 디지털뱅크런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3월 돈을 맡기면 즉시 연 3.5% 이자를 선지급하는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을 출시했다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게 아니냐는 위기설에 휩싸인 바 있다.
금융당국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기준을 올해 초 강화했다. LCR은 뱅크런 등 긴급상환 발생 시 30일간 순현금유출액을 고(高)유동성자산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나타내는 지표다. 뱅크런처럼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이 당국 지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오래 견딜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전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LCR을 산정할때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 중 40%를 30일 안에 유출될 수 있는 현금이라고 가정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100%로 상향 조정하라고 지도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토스의 LCR은 676.75%로 카카오뱅크(708.50%)보다 낮지만 케이뱅크(184.67%)에 비해서는 높다.
앞서 검사를 받은 케이뱅크는 2억1640만원의 과태료와 2억13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대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등 의무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이유로 과태료 7760만원과 과징금 7500만원의 제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