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들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미 대선 결과는 원달러 환율과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 정책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 2시(미국 동부 시간 5일 0시)부터 뉴햄프셔 주에서부터 시작한다. 투표는 24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미국 대선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출구조사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후 7시, 한국시간으로는 6일 오전 9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는 막판까지도 예측 불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지난 3일(현지시간) 7대 경합주 투표 의향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바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위스콘신 4개 주에서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에서만 앞섰다. 미시간과 펜실베니아에서는 두 후보가 동률이었다. NYT는 “대선 여론조사 결과 선벨트, 러스트벨트의 여러 주에서 이렇게 초접전 양상이 펼쳐진 건 수십년 만”이라며 “(두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선거 운동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서도 결과는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전국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률을 이루고 있다는 결과가 공개됐다. NBC 방송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전국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해 발표한 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 두 후보는 양자대결에서 똑같이 49%의 지지율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재정지출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지난 2017년부터 시행돼 내년 이후 만료되는 감세안을 연장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가 받는 팁과 초과 근무 수당, 퇴직자의 사회보장 연금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폐지하겠다고 제안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주택건설 촉진, 자녀 세액공제 확대, 학자금 대출 탕감, 보편적 유아원 등을 약속한 상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연방예산위원회(CRFB) 추정으로 바탕으로 예측한 바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미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1%포인트(p) 상승할 때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3bp(1bp=0.01%p) 상승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 지출 공약이 앞으로 10년 동안 미 장기 국채금리를 43bp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에는 20bp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공화당 승리 시 4~50bp, 민주당 승리 시 5~20bp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글로벌 자금의 미국 유입과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시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옥희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을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1310~1400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1350~1450원대로 전망했다. 4일 원달러 환율은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를 반영, 전 거래일보다 8.5원 내린 1370.9원에 마감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도 중단될 수 있다. JP모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연준이 이르면 12월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연준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면, 한은도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11월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난달부터 시작한 거시안정성 정책이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될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연구소는 전날 낸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물가 오름세 완화, 가계부채 증가폭 축소, 경기둔화 우려에도 10월 금리 인하 효과의 점검 필요성, 최근 높아진 외환시장 변동성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소는 이 총재가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통화정책의 고려 요인으로 다시 들어왔다”고 발언한 데 주목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한 만큼 한은이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더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