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전주가 나오자 공연장 천장이 날아갈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말♪ 혼돈의 끝은 어딜까♬” 관객을 전율케 한 이 노래는 그룹 동방신기가 2005년 발매한 ‘라이징 선’. 가수 김재중과 김준수가 들춰본 과거가 현재와 공명한 순간이다.
9일 김재중과 김준수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 제이엑스(JX)가 ‘JX 2024 콘서트 아이덴티티 인 서울’로 관객들과 만났다. 전날 무대 영상이 온라인상에 올라오며 이미 화제였다. 이들은 공연의 문을 연 ‘라이징 선’을 시작으로 ‘퍼플 라인’, ‘오정반합’과 ‘왓에버 데이 세이’, ‘믿어요’, ‘더 웨이 유 아’, ‘주문’ 등 국내 활동곡부터 ‘스카이’, ‘내일은 오니까’, ‘비긴’, ‘프라우드’, ‘러브 인 더 아이스’ 등 일본에서 발표한 노래들까지 아우르며 그간 걸어온 역사를 되짚었다.
객석은 행복한 비명과 감동의 눈물이 뒤섞였다. ‘오정반합’부터 터져 나온 떼창은 ‘믿어요’에 다다르자 응원법으로 이어졌다. ‘잘 참았는데 여기서 눈물이 터졌다’며 눈물짓는 팬도 있었다. ‘넌 언제나’에선 ‘떼창’도 나왔다. 영웅재중, 시아준수 등 친숙한 활동명을 연호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지금 이 순간이 소름 돋는다”던 김준수와 김재중은 시종일관 들뜬 모습이었다. ‘눈물의 프라우드’로 유명한 ‘프라우드’를 부를 땐 훌쩍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김준수는 과거 동방신기로 활동하던 당시 대형을 언급하며 “화음 넣을 때마다 눈을 보던 게 떠올라서 오히려 눈을 못 보겠더라”고 뭉클해했다.
이들은 공연 제목처럼 자신들의 본질을 되짚었다. 2004년 동방신기로 데뷔한 이후 20년을 모두 아울렀다. 동방신기로 활동한 노래는 물론 각자의 솔로곡과 JYJ로 발표한 노래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둘의 목소리엔 공백도, 여백도 없었다. 모든 곡을 그 시절 그대로의 감성으로 살려내는 걸출한 실력이 돋보였다. 세월을 입은 노련함도 도드라졌다. 출중한 라이브 실력은 밴드 반주와 만나자 더욱 빛을 발했다. 한국어로도 번안한 ‘러브 인 더 아이스’를 부를 땐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감동을 배가시켰다.
“20년 만에 부르는 곡들이 있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다”(김준수)는 걱정이 무색한 무대뿐이었다. “우리가 잘할 수 있을지도 걱정했지만 여러분이 얼마나 좋아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고 말을 잇던 김준수는 “준비하며 옛날 생각이 물씬 나 눈물도 났다”며 “꿈에 그리던 이미지를 오늘 비로소 본 것 같다”며 울컥해했다. 동방신기로서 마지막으로 부른 ‘돈 세이 굿바이’를 팬들이 ‘떼창’할 땐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과거 곡들로 영원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절절했다. 김재중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정말 잘 왔다 싶다”면서 “말 못할 이야기를 음악에 녹였다”고 했다.
상처를 딛고 일어서게 한 건 음악의 힘과 팬들의 사랑이다. “노래할 때면 답답함이 해소된다”고 하던 김준수는 “아프면서도 영광스럽던 시절이자 복잡 미묘한 추억”이라고 돌아봤다. 김준수와 김재중은 “언제 또 이렇게 함께 노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그 시절 덕에 여러분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에서 기쁨을 만끽한 두 가수는 이제 ‘토호신키’로의 영광을 마주한다. 오는 10일 국내 공연을 마무리 짓고 내달 14, 15일 이틀간 일본 사이타마 베루나 돔에서 열기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