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우대 어떻게 돼요?” AI 은행원에 환전 해보니

“환율 우대 어떻게 돼요?” AI 은행원에 환전 해보니

AI 행원이 단순업무 처리
환전·증명서 발급 속전속결
실제 우수 행원 본따…6개월간 LLM 교육
디지털 격차는 과제

기사승인 2024-11-19 06:25:04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디지로그브랜치’에서 18일 오전 환전 업무를 하러 왔다고 말하자, AI은행원이 의도를 분석해 창구를 배정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고객님들이 적금 가입하러 오시면 ‘매달 돈 좀 모으려고’라고 하시지 ’적금에 들려고요’라고 말씀 안하세요. 예금도 마찬가집니다. ’목돈 묶어두려고요’라고 하시죠. 고객분들이 편하게 말씀하셔도 AI가 다 알아듣고 업무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AI를 개발했습니다”

금융권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분다. AI행원이 고객과 만나 업무를 처리하는 영업점이 서울에 처음 등장했다. 

신한은행은 18일 서울 중구 서소문에 AI 기술을 적용한 ‘AI 브랜치’를 열었다. AI 창구 2곳, 직원 상담창구 4곳으로 구성됐다. 환전, 증명서 발급, 통장 거래내역 출력 등 영업점을 꼭 방문해야 하지만 단순한 업무를 AI행원 도움을 받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 지점은 신한은행과 효성티엔에스, LG CNS 3사가 공동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문을 연 일종의 ‘테스트 베드’(시험대) 격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청원경찰이나 번호표 뽑는 기계 대신, 세로로 긴 대형 스크린 2개가 고객을 맞이했다. 화면을 터치하거나 음성을 통해 화면 속 AI행원과 대화할 수 있다. 문성기 서소문지점 부지점장이 “환전을 하려고요”라고 말하자 AI행원이 AI 창구에서 가능한 업무로 분류하고, 번호표를 줬다. 창구에 들어가자 화면 속 파란색 셔츠를 입은 또 다른 AI행원이 고객을 맞이했다. 신분증과 화상통화 등 인증 확인을 거친 뒤 업무가 진행됐다. 환전을 하다 궁금증이 생기면 언제든지 마이크에 대고 AI행원에 질문하면 된다.

AI 창구에 들어가 환율우대를 물어보자 AI행원이 답해주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여기서 환전하면 환율우대는 얼마나 돼요?”라는 질문에 AI은행원은 “환전 우대율은 주요 통화(USD, EUR, JPY)”에 대해 최대 90%까지 가능해요. CNY는 50%의 우대율이 적용됩니다”고 답했다. 입력된 대답이 아니라 실시간 환율을 반영한 AI의 대답이다. 환전 업무가 끝나면 인증번호를 담은 문자가 발송된다. 인증절차를 다시 한번 거쳐 바로 옆 외화 ATM에서 돈을 찾으면 끝이다. 이날 문 부지점장이 시범삼아 외화 100달러를 환전하는데 걸린 시간은 7여분 남짓이었다.

뱅킹앱을 통해 환전을 하는 경우에는 다음날 은행 영업 시간 중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AI브랜치에서 환전하면 바로 외화를 찾을 수 있고, 이는 영업시간이 아닌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이 지점을 토요일, 공휴일 포함 36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확대 운영 중이다. 최종적으로는 24시간 365일 운영하는 게 목표다. 

이날 은행에서 만난 AI행원들은 모두 6개월 간 신한은행에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 교육을 거쳤다. 서소문지점에서 발생하는 80여 가지 업무를 익혔다. 직원들이 직접 고객들과 상담하는 내용을 스크립트로 작성해 AI 모델을 돌려보고, 문제점이 나오면 개선해 이를 다시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 고객이 느낄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실제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우수 직원을 모델로 삼아 개발됐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디지로그브랜치’ 내부 모습. 사진=정진용 기자

다른 은행에서도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떤 점이 다를까. 이종현 서소문지점 차장은 “다른 은행들은 ‘챗봇’ 기반이다. 고객이 질문을 하면 답변이 나오긴 하는데, 미리 다 세팅을 해놓은 질문이다. 고객이 다른 질문을 하면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이 어렵다’고 대답한다”면서 “하지만 이번 신한은행 AI모델은 어떤 질문을 넣어도 약간 부정확할 지언정 다 답변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성공률은 앞으로 더 데이터가 쌓이면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도 AI ‘열공 중’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22년 AI를 활용하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신뢰 향상을 위해 ‘AI 윤리기준’을 제정한 데 이어 AI를 내부통제에도 활용 중이다. 국민은행은 AI 기술로 금융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고 금융 사고를 탐지·예측할 수 있는 상시 감사 시스템인 ‘내부통제 이상거래시스템(FDS)’을 구축 중이다. 지난해 2월 은행권 최초로 AI 활용 대출 상시 감사 지원 시스템의 특허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AI 기술을 활용한 ‘기술력 기반 머신러닝(ML) 모형’을 개발해 기업평가를 시작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4월 AI 개발·활용 가이드라인을 내부적으로 만들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말 생성형 AI 활용 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기존 시나리오 기반 챗봇 서비스를 생성형 AI 기반 ‘AI 뱅커 서비스’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4대 금융지주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금융은 하이테크에 이어 AI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당국도 지난 8월 금융사의 생성형 AI 활용을 허용하고, 중장기적으로 법체계를 만들어 보안상 문제가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망분리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그간 망분리로 인해 금융사와 전자금융업자의 업무상 비효율이 클 뿐만 아니라 신기술 활용이 저해되고 연구개발이 어렵다는 규제 개선요청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금융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는 해소해야 할 과제다. 신한은행은 기계를 다루는 데 익숙치 않은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고려해 최대한 음성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설계했다. 고령층 고객에게는 글씨를 크게 하는 방안 등도 고민 중에 있다. 당초 무인 영업점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고객들이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할 때까지는 전담 직원이 상주하는 등 사람의 도움이 아직은 필요하다. 신한은행 측도 ’AI와 사람의 공존’을 콘셉으로 내걸고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하면, 고객들이 정말 상담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더 집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AI브랜치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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