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주문이 75잔 정도 있는데 주문하시겠어요?”
‘지스타 2024’ 개막 이틀차인 15일. 오전 10시 행사 일정이 시작되기 전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 있는 카페에서 주문하려 하니 들은 말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가늠이 안됐지만 곧바로 “괜찮다”고 하고 주문했다. 커피는 다행히 23분 만에 받을 수 있었다.
23분이나 기다려 커피를 산 이유는 왜일까.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마음의 ‘역치’를 넘어 행동까지 이어진 거다. 어떤 자극을 감지하고 반응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역치를 넘어서야 한다.
현장을 취재하면서도 지스타가 사람들의 ‘역치’를 넘어서길 바랐다. 부산 방문, 많은 인파에 움직이기 어려운 실내, 최대 3시간이 걸릴 수 있는 긴 대기시간 등등. ‘지스타에 간다’는 마음의 역치를 넘어서기 위해선 감내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 찾아 오랜 시간 이어지길 지스타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러기 위해 넘어서야 할 몇 가지가 있어 보인다. 먼저 폭넓은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장르의 다양성은 이전보다 확대됐다. 방문객 역시 “한참 모바일게임이 주를 이뤘는데, 올해는 콘솔이나 PC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이 많더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양한 게임이 있더라도 오랜 시간 줄 서 기다리다보면 결국 한두 게임을 하는 게 끝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기대작을 시연해볼 수 있어서 왔다”는 말은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 게임이 없으면 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스타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방문객들에게 지스타에 방문한 이유를 물으니 “보고 싶었던 인플루언서를 만날 수 있어서”라는 답변을 꽤 들었다. “현장체험학습으로 왔는데, 다양한 진로 탐색 기회가 됐다”,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컨퍼런스에서 강연해서”라는 답변도 있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게임이 낯선 사람도 지스타에 오려고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야 한다.
해외로 확장성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이용자들은 이미 스팀(Steam) 등 글로벌 게임 플랫폼으로 여러 국가의 게임에 익숙해졌다. 이런 게임들의 추후 정보를 미리 알거나, 쉽게 해보기 어려운 게임을 접할 수 있다는 건 이용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게임사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 올해는 다소 아쉽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키디야 게이밍, 일본 나이언틱, 중국 그리프라인 정도만 함께 했다. 지난해까지 꾸준히 참가했던 에픽게임즈가 함께 하지 않은 건 뼈 아픈 대목이다.
지스타는 어느새 20주년을 맞이했다. 20주년을 축하하는 건 의미 있다. 긴 시간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게임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앞으로 20년을 어떻게 맞이할지다. 가지 않을 수많은 핑계에도 ‘불구하고’ 역치를 넘어 꼭 가봐야 하는 지스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