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도움전화 존속되어야 

뇌전증도움전화 존속되어야 

수술로봇사용료 필수 급여 시급
글‧홍승봉 배상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뇌전증지원센터장)

기사승인 2024-11-27 09:22:18

정부는 이미 뇌전증 수술 로봇 4대를 지원했고 (삼성서울병원, 해운대백병원, 이대목동병원, 고대구로병원) 내년에 1대 더 지원할 예정이다. 이제 수술 로봇은 충분히 지원된 것 같다.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은 뇌전증 수술을 못하므로 올해 두 차례 수술 로봇 공모에 신청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인천과 경기도에는 산자부예산으로 지원된 2대의 수술 로봇이 있지만 아직도 뇌전증 로봇 수술을 못하고 있다. 

따라서 수술 로봇 지원은 당분간 중지하고 이 병원들의 뇌전증 수술팀 구성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예산으로 기 배정된 4대와 내년에 배정될 1대 총 5대의 뇌전증 수술 로봇의 매우 낮은 사용률(뇌전증 수술 사용률 0~20%)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수술 로봇이 지원된 병원들에 대한 꼼꼼한 관리와 이동이 가능한 뇌전증 수술 로봇 공모에 2개 이상 병원들의 공동 신청 및 공동으로 사용하는 정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러면 사용률이 매우 낮은 고가 뇌전증 수술 로봇 1대를 최소 2-3개 병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고, 2~3배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뇌전증 수술 로봇 사용료가 비급여로 대부분 뇌전증 환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뇌전증 수술비는 환자가 10%만 부담하지만 수술 로봇 사용료(비급여 300만~780만원, 실손보험 안됨)는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하는데 이것이 뇌전증 로봇 수술의 가장 큰 장벽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뇌전증 수술 로봇 사용료를 빨리 필수 급여화해야 한다. 다른 질환들에서는 로봇 수술이 선택 사항이지만 삼차원뇌파 뇌전증 수술에는 심각한 뇌출혈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수술 로봇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뇌전증 수술은 뇌전증 환자들의 신체 손상, 화상 및 돌연사를 막는 생명을 구하는 치료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뇌전증선진국에서 수십년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뇌전증도움전화는 뇌전증의 포괄적 관리에 꼭 필요하다. 미국뇌전증재단은 50년전부터 뇌전증도움전화를 시작했다. 뇌전증은 예측할 수 없는 경련발작뿐만 아니라 동반되는 정서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이 심하여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뇌전증 환자들의 의료 및 사회복지 문제를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다행이 한국에도 2020년 7월에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뇌전증지원센터가 설립되었고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를 시작해 전국 수많은 뇌전증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뇌전증 환아의 부모는 “1시간 동안 의대교수와 뇌전증도움전화 상담 후 한국에서 이런 정밀하고 친절한 의료상담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뇌전증도움전화는 뇌전증 환자와 가족에게 약물 부작용, 응급조치, 약물/수술치료 등의 의료상담 및 자조모임, 뇌전증캠프, 직장문제, 사회적응문제, 취업준비 둥 사회복지 상담을 제공하고, 우울, 불안 등 정서적인 문제를 평가하고 관리하며, 돌연사와 자살 예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뇌전증도움전화 건수는 2023년에 5425건이었고, 2024년에는 6300건이 넘을 것 같다. 역사가 30~50년 된 미국 뇌전증도움전화 년 건수(1만3000건, 인구 6.8배), 영국(6000건, 인구 1.33배)에 비하면 한국의 뇌전증도움전화는 매우 빠른 성장이다.

국제뇌전증협회도 이 놀라운 업적을 인정해 뇌전증지원센터를 한국의 뇌전증 환자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공인하였고, 아시아-오세아니아 뇌전증학회는 최고업적상을 수여했다. 이런 세계적인 성과는 뇌전증지원센터에서 온힘을 다해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간호사와 상담심리사의 노력과 헌신 덕분이다. 이들은 진정으로 뇌전증 환자와 가족을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전국 40만 뇌전증 환자들과 150만 가족들은 뇌전증도움전화가 내년에도 존속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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