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였던 영풍그룹과 고려아연이 홀로서기에 돌입한 가운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풍의 손을 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기업 인수 후 가치를 늘려 이를 다시 매각해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연말, 글로벌 비철금속 리더인 두 기업의 ‘송구영신’을 위해 과거의 교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영풍그룹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과거 투자 실패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1000억원대에 인수한 기업이 결국 법정관리에 빠져 헐값에 매각된 사례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조단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09년 철골·플랜트기업 영화엔지니어링을 1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영화엔지니어링은 철강구조물 및 금속구조재 제작·설치 능력을 인정받아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평가 6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으로 평가받았다.
MBK가 지분 100%를 인수한 이후 영화엔지니어링은 2012년까지 평균 17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인수 5년차인 2013년부터 영업손실 111억원을 기록하며 급격하게 실적이 악화됐다.
당시 국내 건설경기 하락으로 해외건설 투자에 나선 대형건설사들이 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배경도 있었지만, MBK는 우수한 영화엔지니어링의 기술력을 토대로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해외사업 확장, 리스크 관리 부재 등 단기 성과 및 외형 확대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듬해인 2014년 3월, MBK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채권단은 약 1200억원의 차입금 상환을 약 2년 연장하기로 했고 MBK는 증자로 영화엔지니어링에 100억원을 조달했다.
자율협약 체결 이후 회사는 임직원의 70%가량을 감원해야 했다. 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짐에 따라 수주활동도 어려워졌고, 적은 인력으로 수금활동 위주의 영업을 진행하다보니 매출도 점차 감소했다. 원금 상환을 연장했지만 7%가량의 이자는 여전했고 금융비용 또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2년 267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5년 838억원까지 줄었으며, 당기순손실 348억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2016년 3월 서울지법에 회생절차를 신청, 2017년에는 회사를 유암코에 496억원에 매각하며 MBK의 기술기업 투자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후 유암코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기존 채무변제 및 신용등급 회복을 토대로 인수 1년 만에 영화엔지니어링의 기업회생절차를 졸업, 현재는 흑자를 기록하며 인수 7년 만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MBK가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고려아연 역시 국가핵심기술을 토대로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술 중심 기업이라는 점이다. 특히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은 약 20조원에 달해 대형 기업에 속한다.
고려아연은 25년간 9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단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영화엔지니어링의 경쟁력을 살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등 업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면서 “특히 장기간의 기술 축적과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한 중화학업계에 있어 이러한 우려점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의 과거 투자 사례를 들며 “한 치킨 기업 인수 당시엔 직접 투입한 자금이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이 기업을 담보로 또 돈을 받아 인수를 하고 몇 년 안에 엄청난 배당금을 받아 투자금을 다 뺐으며, 한 보험사도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5년 만에 매각했다”면서 “많은 의원들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른바 ‘쏙 빼먹고 그냥 달아나는’ MBK의 전력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