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024년 정세 평가와 2025년 대외‧대남 정책 전망

북한의 2024년 정세 평가와 2025년 대외‧대남 정책 전망

글‧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기사승인 2024-12-23 16:43:09

2024년도 주요 북한 정세 특징으로는 △‘유사시 남한 평정’ 준비와 적대적 남북관계 고착 △북러 동맹 관계의 완전한 복원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 △김주애의 위상 격상 등을 들 수 있다. 2025년도 북한 정세를 결정지을 주요 사건과 정책으로는 △북러 군사협력 확대와 김정은의 방러 △북미 대화 재개 △‘통일과 민족 지우기’ 정책 지속과 대남 군사도발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북한 정세 평가

1) ‘유사시 남한 평정 준비’와 적대적 남북관계 고착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를 지시했다. 그리고 남북관계는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서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명기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을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의 북측 구간을 ‘회복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 놓을 것과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의 철거를 지시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지시 중 헌법 조문의 수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24년에 실행에 옮겨졌다. 북한은 대남 대화·협력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함으로써 남한에서 미래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져도 남북대화가 재개되기는 어려워졌다. 김정은이 이처럼 남북관계의 완전 단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부유한 남한’의 존재와 K팝 및 한류(韓流)가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끌어내는 데 부정적인 요인 및 체제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교류협력과 합의에 의한 ‘평화통일’을 포기했지만, 김정은의 ‘유사시 남한 평정 준비’ 지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무력 통일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24년 5월부터 북한은 남한 탈북민 단체 등의 대북 전단 살포에 ‘오물풍선’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수법을 보였다. 낙하한 오물풍선에서는 폐전선, 거름, 생활쓰레기(폐지, 담배꽁초 등), 분뇨, 중국산 폐건전지 등의 쓰레기와 대남전단(삐라) 등이 발견되었다. 북한이 보낸 오물풍선으로 인해 인천공항에서 항공기가 정시에 이착륙을 하지 못하거나 회항하는 등 운항 차질이 빚어졌고, 차량 일부나 비닐하우스 등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건의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2월 3일 비상계엄 일주일 전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에게 북한 오물풍선에 대한 원점타격을 지시했으나 김 합참의장이 이를 반대해 김 전 장관의 지시는 무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했는데, 만약 오물풍선 원점타격이 이루어졌다면 남북한 간에 심각한 군사 충돌이 발생했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0월 11일, 북한 외무성은 한국에서 보낸 무인기가 10월 3일·9일·10일 심야 시각에 평양에 침투해서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당중앙위원회 청사 상공에 삐라를 살포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중대한 군사·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 국방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로 드론작전사령부가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2024년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여있었다.

2) 북러 동맹 관계의 완전한 복원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

2024년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북러 관계를 냉전시대의 동맹 관계 수준으로 다시 회복시킨 이 조약은 4조에서 외부로부터의 무력 침공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푸틴은 10월 14일 이 조약의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러시아 하원과 상원은 10월 24일과 11월 6일에 각각 만장일치로 이를 가결했다. 김정은도 11월 11일 국무위원장 정령으로 조약을 비준하고 이에 서명했다. 이후 12월 4일 김정규 북한 외무성 부상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각각 비준서 교환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조약 제22조에 따라 이날로 조약의 효력이 발생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 조약이 발효되기도 전인 10월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군을 파병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10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8~13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 2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공개했다. 북한이 과거 베트남전쟁 등에 공병이나 공군 등을 소수 보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외국의 전면전에 지상군을 대규모로 파병한 것은 처음이다.

이같은 사실은 자국의 방어에만 만족하지 않고 타국의 전쟁에까지 개입해 북한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김정은의 호전성과 팽창주의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군사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 등의 분야에서의 첨단기술 및 재래식 무기 지원을 얻어내며 실전을 경험하고 자체 개발 무기의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으며, 미래 한반도 전쟁 시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젊은 병사들의 대규모 희생은 불가피할 것이다.

3) 김주애의 위상 격상

2024년에 김정은의 장녀 김주애의 북한 내 위상은 더욱 격상되었다. 북한은 1월 5일자 로동신문에서부터 김주애의 동행 사실을 다른 고위 간부들보다 먼저 별도로 소개했고, 김주애에 대해서는 고위 간부들과는 다르게 높임말을 사용했다. 2023년까지 김주애의 공개 활동은 대부분 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2024년에는 경제 분야에 대한 공개 활동이 대폭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올해 8월 4일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신형전술탄도미사일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는 이때 고모인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조카 주애를 깍듯하게 의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정은을 따라 단상으로 올라가는 김주애에게 김여정이 허리를 살짝 숙이고 팔을 뻗어 안내하고, 주애는 꼿꼿하게 서서 이를 바라보며 지나간 것이다. 북한에서 한때 사실상의 2인자로 간주되었던 김여정이 행사에서 누군가를 이처럼 예우하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김정은이 김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했고, 김여정이 이같은 오빠의 결정을 존중해 떠받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25년도 북한의 대외‧대남 정책 전망

1) 북·러 군사협력 확대와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

러시아로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취임해 자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을 요구하기 전까지 크루스크 탈환과 점령지 확대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북한군 병력의 추가 확보와 무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휴전하게 되더라도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복구 등을 위해 북한 노동자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러 간의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다른 형태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소련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승리한 날을 기념해 매년 5월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전승절 행사를 여는데, 이때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면 푸틴뿐만 아니라 붉은 광장에 집결한 글로벌 사우스 정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립에서 탈피하고 ‘정상국가’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정은이 다자 정상회담에 나선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거의 없어 다자 정상회담보다는 양자 정상회담을 선호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정은이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푸틴을 다시 만난다면, 푸틴 대통령이 많은 국가 정상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에게 특별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이 푸틴을 만나 군사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 등에서의 러시아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전승절 행사 전이나 후에 별도로 방문하는 것을 선호할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김정은이 모스크바를 방문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1년 모스크바 방문 이후 24년 만의 정상 방문이 된다.

2) 북‧미 대화 재개 전망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스톡홀름 북미실무회담의 결렬 이후 북한은 계속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해 왔고,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현재까지 그같은 입장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1월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走路)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그 결과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대미 협상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북미 대화의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포탄 수출과 군대 파병 및 노동자 파견 등으로 러시아로부터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고, 첨단 군사기술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 얻을 이익보다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해 얻을 이익이 더 크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력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에 합의하게 되면 북․러 관계의 일정한 이완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손을 내밀면 김정은은 북미대화 재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선다면 한국 정부가 비상계엄 사건과 국회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도록 설득할 수도 있다. 트럼프도 한미연합훈련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므로, 만약 트럼프가 한미훈련의 축소나 중단을 추진한다면 김정은이 트럼프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고 한미를 이간시키기 위해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경우에 김정은이 트럼프와 ‘러브레터’를 다시 주고받으며 통미배남(通美排南)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17년 2월∼2018년 4월 재임)의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에 따르면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양자회담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도발적이고 돈 낭비”라고 말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가 (중국의 비핵화 구상인)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권유하는 시 주석에게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그해 8월 훈련이 취소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김정은과 잘 지낼 것”, “그 역시 내가 돌아오길 바랄 것이며 그도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인 지난 11월 22일, 트럼프 집권 1기 때 북미 대화의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 전 대북 특별 부대표를 차기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발탁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14일 북한 업무를 포함한 ‘특수 임무’를 담당하는 대사에 자신의 ‘외교책사’인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를 지명함으로써 북미 정상외교 재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레넬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기조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적성국과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신조를 적극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가 최대 업적이기 때문에 그가 핵을 포기하기 위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이다. 그런데 일부 트럼프 측근들의 주장처럼, 신행정부가 북한의 핵은 그대로 두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에 대한 제한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와 교환하려 한다면 북한은 이같은 군비통제 협상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 되므로 지금까지 한반도 또는 북한 비핵화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고수해 왔던 한국 정부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3) 북한의 ‘통일과 민족 지우기’ 정책 지속 및 대남 군사도발 전망

2025년 1월 최고인민회의 회의가 개최되면 김정은의 ‘통일과 민족 지우기’ 정책에 따라 북한 헌법 서문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조국통일위업실현에 불멸의 업적을 쌓으신 민족만대의 은인이시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나라의 통일을 민족지상의 과업으로 내세우시고 그 실현을 위하여 온갖 노고와 심혈을 다 바치시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공화국을 조국통일의 강유력한 보루로 다지시는 한편 조국통일의 근본원칙과 방도를 제시하시고 조국통일운동을 전민족적인 운동으로 발전시키시여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통일위업을 성취하기 위한 길을 열어놓으시였다.”(강조는 필자)라는 구절은 삭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헌법 제9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강조는 필자)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의 뒷부분도 삭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主敵)’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하는 것을 헌법 조문에도 명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이 같은 지시 내용이 헌법의 ‘제3장 문화’부분의 수정에 반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현상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북한은 연초부터 서해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수역으로 해안포 사격을 실시했다.

2월 14일 김정은은 신형 지상대해상미사일(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면서 새로운 대남 군사작전 계획과 서해 북방한계선 무력화 방침을 다시 분명하게 천명했다. 북한 로동신문에 의하면, 김정은은 “조선서해에 몇 개의 선이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또한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고,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북한이 서해 NLL을 무력화하고 그들이 설정한 ‘해상국경선’을 고수, 남측에 강요하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서해상에서 향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도 지난 10월 21일 CSIS 홈페이지에 올린 글 「북한: 2030년까지 핵무기 활용 가능성」에서 2010년 천안함을 격침하고 연평도를 포격했던 당시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무장이 많이 증가했다며 “북한이 2025년 섬 포격이나 선박 격침, 기타 대남 군사 공격을 감행하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만큼 오늘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김정은이 과거에는 더 강도 높은 도발이 불필요하게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으나, 증강하는 핵무기와 러시아의 지원이 뒷받침하는 지금은 위험 감수를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핵 억제력 과신이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에 보지 못했던 강압적인 행동으로 김정은을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의 대응 방향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의 압력으로 만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하게 되면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김정은과 다시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한국이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북한이 ICBM 개발 제한에 합의한다면 미국이 북한에 어떠한 대가를 주려고 하는지, 미국의 대북 협상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한국의 안보 상황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유지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기 때문에 재집권 후 주한미군의 감축 및 부분 철수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자체 핵보유와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 확보, 핵추진잠수함 개발 등 모든 군사 옵션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비상계엄 사건과 대통령 탄핵 소추로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에 외교안보 사령탑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북한이 한국의 군사대응 능력을 테스트하고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따라서 여야가 국내정치 문제를 가지고는 대립/경쟁하더라도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 그룹에서도 현재의 안보위기상황을 타개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안정적인 질서를 수립하며, 북한을 다시 대화와 협력의 장에 불러오기 위해 국내정치적 분열을 넘어서서 지속가능한 외교․안보․대북정책의 모색이 중요하다. 한국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180도 바뀐다면 북한도 한국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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