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열렸다. 이는 전날 마은혁·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이어 두 번째다.
야당은 여당 의원들의 청문회 불참을 규탄하면서, 동시에 헌법재판관 임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경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4일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야당만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며 추천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청문회에 불참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인청특위 야당 간사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청문위원들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전원 불참했다. 특히 오늘은 여당이 추천한 후보자 청문회”라며 “너무 무책임하다. 만일 오늘 인사 청문 절차에 참여하지 않으면 명백한 헌법재판관 임명 방해 행위다. 즉시 들어와 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지원 인청위원장은 “오늘 청문회는 여야가 합의한 일정대로 실시한 것이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순서도 합의한 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여야가 합의해서 이뤄지는 이 청문회에 불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즉각 청문회장으로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박희승 의원은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대통령이 저지른 반헌법적 내란 행위를 수습하는 데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게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현안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조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명분 중 하나로 거론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남희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 여러 소송이 제기됐지만 다 인정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선거관리위원회의에서 부정선거 방지를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이 헌법·법률에 따른 절차가 지켜졌다고 보는지’를 묻는 김기표 민주당 의원의 말엔 “일부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현 상황이 계엄 선포 요건 중 하나인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답변이 어려울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계엄사령관이 발표한 ‘포고령 1호’에 관해선 “(수사·재판에) 불리한 증거가 될 가능성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자는 전·현직 판사들이 체포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사실이라면) 국헌 문란 여부에 관한 판단에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수 없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9명으로 구성되는 것이 정당성을 위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임명 권한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적법적인 절차를 준수했다면 부합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면 국회 몫 3명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하는 즉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지난 두 달 이상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었는데 이제 와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는 것은 속내가 빤히 보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