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교체되거나 레임덕에 빠지면 경제정책들은 폐기되거나 축소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 현 경제정책들도 위태로운 상황. 하지만 경제정책은 연속성이 보장될때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받게된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
비상계엄에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이 새해에도 우리 증시를 괴롭히고 있다. 원화 약세와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는 상황. 격랑에 휩싸인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밸류업 지속성이 강조되고 있다. 밸류업 목적이 기업 가치를 올리고, 궁극적으로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잠재우는 것인 만큼, 정쟁과 무관하게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강달러·정치 불안에 코스피 흔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2024년 9.63%, 코스닥은 21.7% 하락했다. 시가총액 기준 약 255조원이 증발했다. 증시 하락은 연말 외국인과 개인 자금이 대량 이탈하면서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환율이 투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47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19일엔 1450원(종가 기준)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483.5원)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화가치는 대내 정치 불안으로 계속 하락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대외로는 강(强)달러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미국이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 전망을 3.4%에서 3.9%로 높이면서 금리 인하 속도조절 가능성을 비친 데 기인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 정치 불확실성이 환율 단기 변동성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추가 탄핵과 외국인 자금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풀 ‘열쇠’ 밸류업
증시 부양책으로 윤석열 정부가 도입한 제도가 밸류업이다. 유관기관 합동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따르면 2023년 말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2558조원으로 주요국 13위 수준이다. GDP 대비 시가총액도 116.2%로 주식시장이 실물경제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상장기업수도 2558개로 미국·중국·인도·일본·캐나다·홍콩에 이어 주요국 중 7위 수준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이러한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낮은 자본 효율성 등으로 주가 수준이 주요국 대비 낮은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주식시장 ROE(자기자본이익률)는 8.0%로 신흥국 평균(11.1%), 선진국 평균(11.6%)보다 낮다. 배당성향(26.0%)도 신흥국(39.6%)과 선진국(49.5%)에 한참 못 미친다. 우리 주식시장이 양적성장에 걸맞게 평가를 받으려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해졌고, 이 일환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밸류업 영향으로 2024년 연간 자사주 소각규모(20일 기준·13조9000억원)는 2023년 대비 2.90배, 현금배당액(45조7000억원)은 7.2% 늘었다. 우수 밸류업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전문가 “정치 무관하게 밸류업 지속추진 중요”
전문가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밸류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밸류업은 우리나라 증시 저평가 문제 해소를 위해 반드시 중점적으로 추진돼야 할 정책”이라며 “저평가 원인이 여러 가지지만 기업 지배구조 등 문제를 지속 개선해나감으로써 우리 기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하고, 그 혜택을 국민이 나눠가지도록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로그램 추진 동력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치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와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도 정책을 끌고 가겠다는 방침이다. 밸류업 세제지원 재추진은 물론 우수기업 표창, 공동 IR 등을 통한 모멘텀 확산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유관기관은 앞으로도 밸류업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