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원자력 수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지식재산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의 관계도 회복될 전망이다. 오는 3월 체코원전 신규 건설 수주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11일 원전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양사는 웨스팅하우스가 체코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수원과 관련된 소송 등 문제제기를 중단하고, 향후 원전 수출 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 등 합의안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간) 한국의 산업부·외교부와 미국의 에너지부·국무부 간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에 따른 후속 조치로 판단된다.
그간 미국의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7월, 24조원 규모 체코원전 신규 건설 사업 우협대상자로 선정된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서 자국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분쟁을 일으켰다.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1978년 한국의 고리1호기 원전 건설 당시 기술을 전수한 기업인 것은 사실이나, 한수원은 이후 핵심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웨스팅하우스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2022년 폴란드 원전 건설 협력 추진 과정 등에서도 꾸준히 소송 및 진정을 접수하며 지재권을 주장해 왔다.
당시 소송이 대부분 각하·중재되거나 협의로 끝나 한수원은 이번에도 협의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이에 이번 MOU로 양사의 협의를 넘어 향후 원전 수출 과정에서도 당분간 분쟁 고민이 줄어들 전망이다.
체코원전을 넘어 양사는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 과정에서 유럽은 미국이, 중동 등은 한국이 주축이 돼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 분담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440기, 건설 중인 원전은 65기이며, 계약 추진 중이거나 부지 선정 등 단계에 있는 원전은 430기에 달해 원전 수출 시장 자체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유럽 시장은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저변이 넓은 만큼 경쟁력이 강한 웨스팅하우스가 주축이 돼 사업을 추진하며 한수원 등 우리나라가 선별적으로 수주에 참여하고, UAE 바라카 원전 수출 등 관련 경험이 풍부한 한국이 중동을 주로 맡으면서 이른바 ‘팀 코러스(KORUS, Korea+US)’ 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UAE가 바라카 5·6호기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상반기 내 원전 2기 입찰을 추진하는 등 올해도 대형 원전 신규 건설에 대한 추가 수주 기대가 점쳐진다. 유럽에서도 네덜란드, 폴란드 등 다수의 국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한미 MOU에 대해 체코 현지에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체코원전 수주 최종 확정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루카시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장관은 9일(현지시각) 자신의 SNS(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수출 통제를 포함한 원자력 에너지 분야 협력에 관한 미국과 한국 정부 간 협력을 환영한다”면서 “우리는 특히 두코바니 신규 원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통화하고 원전 사업 등 양국 간 주요 협력사업 및 고위급 교류 등 주요 외교 일정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