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 규모와 중요도가 커지고 있지만, 정책 기조는 방치 또는 규제였다. 중장년 중심 정치 구도에도 일견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대 50.8세이던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18대 53.2세, 19대 54.5세, 20대 55.7세를 기록했다. 21대 국회서 54.9세로 소폭 감소했으나 22대 56.3세로 증가했다. ‘586 남성’이 정치 주류로, 다양한 목소리가 자리 잡기 어려운 정치 토양이 형성‧견고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에 친숙하지 않은 세대가 정치권 주류로 자리 잡은 데서 불거지는 측면도 있다는 의견이다. 일본 등에서 게임이 부흥하기 시작한 1970년 말, 80년대 한국은 주요 경제‧정치‧사회적 사건을 겪었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건 자연스럽고 당연하기도 하다. 문제는 게임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에 벌어진 ‘바다이야기 사건’ 등으로 형성된 규제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게임산업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바다이야기 사건 등으로 게임산업 정책이 통제와 규제가 우선되며 극히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급격히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분석처럼 규제 기조는 게임 정책의 일관된 흐름이다. 게임 셧다운제, 웹보드 게임규제 등이 그 예다. 최근에는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제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0년 14년 만에 대대적인 손질이 진행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 초안이 공개된 당시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두고 국내 게임사만 단속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법인이나 사무실을 국내에 두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해외 게임사에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해외 게임사 대리인 지정제도는 그때로부터 5년여가 지난 2025년 10월에서야 시행될 예정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지난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우리는 일본처럼 닌텐도 게임 같은 걸 못 만드나”라는 발언에서 비디오게임 시장 확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변재일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게임시장 상황과 흐름도 파악해보지 않은 채 호들갑 떠는 행위”라며 “단기성과주의에 매몰 돼 당장 몇 년 안에 성과를 보고하겠다는 태도는 자칫 어렵게 쌓아올린 IT 산업과 게임 산업 토대를 송두리째 앗아가 버릴 수 있는 위험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근래 집중하는 콘솔게임 진흥 정책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장르를 육성하겠다는 시도는 좋다”면서도 “콘솔만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게 지금 국내 실상에 맞는지는 의문이 따른다”고 짚었다.
정치권 관계자 역시 “부족하거나 소홀하게 다뤄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실무진을 통해 보강할 수 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있고 필요한 법안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도 “관련 법안을 설명 드려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기도 해 현실적인 장벽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게임 정책 발전에 대해서는 고령화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리란 기대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기술 등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며 “시장의 중요성과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이용자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내수와 수출 시장 모두에서 경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 역시 진흥책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용자 친화 정책이 확대되리란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이용자 친화 정책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최근 정책을 살펴보면 그간 관심 갖지 않았던 부분까지 들여다보는 추세다. 이용자 친화 정책에서 시작해 친산업 기조가 전체적으로 확대될 듯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