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를 강조한 더불어민주당이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적용 예외’ 조항을 뺀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낸다.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 중 여야가 동의한 부분을 먼저 처리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이 입으로만 급하다고 하는 반도체특별법을 미룰 수 없다”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 이를 먼저 처리하고 여야 및 노사 간 이견이 큰 노동시간 적용 제외 문제는 논의해 별도 처리하자”고 말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의 인프라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여야는 반도체 연구개발 직군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주 52시간 근무 특례 조항’ 도입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진 의장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특별 연장 근로를 기업이 신청해서 정부가 승인해 줄 때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자는 안을 내놨다”면서도 “이것 역시나 기존 근로기준법 체계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또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노동계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새롭게 마련하자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갈등이 심한 사안을 일거에 처리할 수 없어서 이해 당사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하나씩 풀어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주 52시간 근무 특례 조항’에 대한 여야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울 가능성도 시사했다. 진 의장은 “합의된 사항을 먼저 처리하자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인데 국민의힘 측 입장이 점점 완고해지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처리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국회법이 정한 패스트트랙을 지정해서 시한 내에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국가전력망법, 해상풍력특별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법(고준위방폐장법) 등 일명 ‘에너지 3법’도 이달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2월 임시국회서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반도체특별법을 제외한 다른 법안에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최근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근무 특례 조항’ 검토를 비롯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동의 등 연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진 의장은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적인 기준으로 정당의 정책을 평가하거나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민주당은 진보·보수를 떠나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대표의 최근 발언도 이념으로 재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정책 디베이트’ 내용을 바탕으로 당내 논의를 거쳐 조만간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진 의장은 “당내 산자위·환노위 정책조정위원회가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추후 정조위 합동·연석 회의 등을 통해 절충이 가능한지 모색한 뒤, 결과가 나오면 필요 시 의원총회에 회부해 당의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