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12개’…국회 교육위, 쏟아지는 ‘하늘이법’에 졸속 입법 우려

‘이틀만에 12개’…국회 교육위, 쏟아지는 ‘하늘이법’에 졸속 입법 우려

정부·국회,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 재발 방지 대책 ‘속도’
국회 교육위, 교육부 대책에 “정신질환 가진 교원 낙인 우려”
여야 한 목소리로 “과잉 일반화 막아야”
졸속 입법에 대한 우려도 “장기적 플랜 필요해”

기사승인 2025-02-18 18:38:34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전 초등생 고 김하늘 양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국회가 대전 초등생 고(故)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교육부가 교원 정신건강 관리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국회 교육위원회는 긴급 현안질의를 열어 ‘고위험’ 교사 낙인 우려를 제기했다. 교육위는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도 이어갈 방침이다. 

국회 교육위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설동호 대전교육감을 불러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실시했다. 

이 장관은 이날 현안질의 모두발언에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하늘이법’에 담겠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 관련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이는 전날 당정이 마련한 ‘하늘이법’ 입법 추진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고위험 교원 긴급 조치 강화 △질환교원심의위를 교원직무적합성위원회로 개편 △정신질환 휴·복직 제도 개선 △교원 마음 건강 지원 △학교 안전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대책은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현직 교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교사 출신 여야 의원들은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교사가 자칫 ‘고위험 교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가 정신질환으로 인해 위기를 겪는 교사와 폭력성을 보이는 교사를 동일 선상에 놓고 있다”며 “정신질환 교사를 판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폭력 교사를 분리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교육부의 방향은 ‘교사가 질환이 있으므로 폭력성 또는 공격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별해서 배제해야 한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러나 모든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가 잠재적 살인마는 아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교원에 대한 낙인이 될 수 있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도 “26년 동안 학교에 있었지만, 우울증을 앓는 교사는 가끔 있어도 칼을 들고 다니는 교사는 본 적 없다. 재발 방지 대책은 꼭 필요하지만 몇 극단적인 사례로 많은 사람이 일반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정신질환 등으로 아프다는 이유로) 업무 배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치료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도 “폭력 교사 한 사람 때문에 모든 교원이 잠재적 범죄자로 과잉 일반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의원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교육부가 이번에 내놓은 정책도 분명히 정신질환과 폭력성은 구분해야 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선별보다는 지원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된 8살 김하늘 양이 14일 영면에 들어갔다. 하늘이 영정 사진을 앞세운 유가족들이 빈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른바 ‘하늘이법(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 5건을 상정했다. 각 법안은 교원 임용 단계서 정신건강 상태 진단, 교직원의 정신건강 감정 의무화, 교내 경찰관 배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위는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추가로 발의된 하늘이법 7건도 상정할 방침이다. 

다만 여야가 하늘이법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교원 단체를 중심으로 ‘졸속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14~16일 교사 5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늘이법 관련 긴급 설문조사’에서 95%(5012명)가 심의위를 설치해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교원에 대해 휴·면직 등 조치를 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졸속 입법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정신질환을 앓는 교원을 모두 ‘직무수행 적합성 심의위원회’에서 조사하겠다고 하면 어떤 교사가 병원에 가겠는가”라며 “고위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직무수행 적합성 심의위원회 개최도 절제되어야 한다. 만약 이것이 남발되면 오히려 교사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현장에서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실효성·현실감 있는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빠르게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동시에 신중하게 상황을 정리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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