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용산에 있는 대통령실의 세종이전을 시사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당 숙원과제를 이루려는 의지로 보인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비공개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실 세종이전에 관해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역구 의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수도 이전은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도 수도권 집중 억제와 국토 균형발전 수단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했다.
최근 야권에선 비명(비이재명)계 인사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실 이전을 요구했다. 김 지사는 이 대표와 회동한 지난달 28일 SNS에 “다음 대통령은 당선 즉시, 부처가 있는 세종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불법으로 쌓아 올린 ‘내란소굴’ 용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역균형과 업무효율을 동시에 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부처가 세종에 내려왔고, 오는 2031년엔 국회 세종 분원이 개원할 예정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 세종이 행정수도로 바뀌면 인구 소멸을 겪고 있는 지방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방은 신도시, 혁신도시 할 것 없이 사람이 없다. 거의 슬럼화 상태”라며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정기 국회는 서울에서 열더라도 임시 국회는 세종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세종은 물론 지방이 다 같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수도 이전은 민주당의 오랜 공약이고 정체성이라 (이 대표에게도) 분명한 의지가 있다”며 “이전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이 대표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법 개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수도서울 관습헌법은 경국대전’이라며 관련 특별법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결국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이전하려면 헌법에 세종시를 수도로 명시하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대통령실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한민국 헌법이나 법률에 대통령실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가기관 전체가 아닌 대통령실만 이전하는 거라면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며 “대통령 의지만 있고,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 주면 실제 이전에 따른 법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