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신한금융지주 이사 선임 안건에 무더기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신한금융은 ISS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담은 주주서한을 보내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11일 천상영 최고재무책임자(CFO) 명의의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ISS 반대 권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의결권 행사시 신한금융의 관점을 고려해달라고 설득했다.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찬성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SS는 지난 11일 보고서를 내 신한금융 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과 관련된 모든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라임펀드 사태, 채용비리 사건 등에 있어 감시‧견제를 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천 CFO는 같은날 A4 용지 6페이지 분량의 주주서한을 통해 ISS 반대 사유, ISS 입장 변화, 신한금융 대응 조치, 신한금융 입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먼저 천 CFO는 ISS 평가 방법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라임펀드 사태 평가나 이사 재선임 등에 대한 기준이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지적이다. 천 CFO는 서한에서 “ISS는 2023년 주총 당시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당시 은행장)이 라임펀드 고객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하며 선임을 찬성했다”면서 “그러나 2024년 이후 ISS는 이를 내부통제 실패로 간주하고 지배구조 실패 사례로 재분류했다”고 꼬집었다. 진 회장을 갑자기 ‘문제 있는 이사(Problematic Director)’로 재분류하고, 진 회장을 해임하지 않았다며 모든 이사를 ‘무대응 이사(Inaction Director)’로 규정했다는 설명이다.
라임펀드 사태, 채용비리 등 사안에 대해서도 신한금융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고객 보호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천 CFO는 조용병 전 회장 채용비리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으며, 라임펀드 사태는 신한금융이 책임을 인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한편 조 전 회장이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했다고 짚었다.
진 회장에 대해서도 당시 신한은행장 취임 후 즉각 라임펀드 판매를 중단하는 선제 조치를 취했고, 내부통제 강화를 주도했다고 했다. 이를 고려해 금감원은 금융회사 임원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수준의 ‘주의적 경고’(경징계)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천 CFO는 “그럼에도 ISS가 라임펀드 사태를 지배구조 실패로 재분류한 것은 진 회장의 내부통제 개선 노력과 조 전 회장 사퇴 결정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ISS와 적극 소통하며 핵심 이슈를 명확히 설명하고, ISS 보고서 부정확성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2021년~2023년에는 이사회 의장 명의 공식 서한 발송, 미팅 진행, 의견서 제출을 했고 지난해에는 2023년과 2024년 보고서 간 모순되는 부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천 CFO는 “앞으로도 신한금융 이사회는 거버넌스 안정성과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이러한 원칙을 반영하는 의사 결정을 내리면서 주주와 모든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며 “이사회가 권고한 이사 재임명 결의안을 승인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ISS 반대에 대한 신한금융 입장은 지난해까지는 주총 안건 설명자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주총 안건자료에서는 빠지고 주주서한으로 내용이 담겼다. 신한금융이 방식을 바꾼 것은 ISS 반대에 적극 해명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ISS와 신한금융의 악연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ISS는 지난 2020년 조 전 회장 연임에 반대 의견을 냈고, 2021년에는 사외이사 6명의 연임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2022년에도 연임에 나선 사외이사 7명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신한금융 측은 “주총 안건 설명자료는 주주들이 직접 찾아서 봐야 한다. 하지만 주주서한은 그렇지 않다”면서 “ISS 평가 방식은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단순한 측면이 있다. 또 보고서에 있는 내용 중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많다. 주주서한을 따로 보내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ISS의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주총 안건 찬성률이 80%를 상회하는 등 신한지주 투자자들은 회사의 의견에 긍정적인 지지를 보낸 바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