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세대 사이에서 하루 동안 원하는 분야를 체험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저성장·고물가 시대 속에서 가볍게 도전할 수 있으면서도 즉각적인 성취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는 하루의 3~4시간을 쏟아 관심 분야를 배워볼 수 있는 하루짜리 수업을 뜻한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사이트 블랙키위에 따르면 23일 기준 원데이 클래스를 검색한 사람의 72.8%가 20~30세대였다.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원데이 클래스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같은 날 기준 616만개에 달했다.
취미·여가 플랫폼 ‘솜씨당’ 관계자는 “원데이 클래스 이용자의 85%가 1990~2000년대생”이라며 “최근 5년 사이 20~30세대 이용자 비율이 이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30세대가 원데이 클래스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청년들의 여가 행동 특징, 특히 ‘가치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으면 시간과 비용을 쓰지 않으려는 태도가 두드러지면서, 짧은 시간 안에 만족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가 주목받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들은 경제적 효율성과 경험의 만족도를 모두 고려해 클래스를 선택한다.
장우영(26)씨는 “서핑처럼 입문하기에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분야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원데이 클래스를 찾게 된다”며 “장비 대여부터 코칭까지 수업료에 포함돼 있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해미(29)씨는 “평소 관심 있었던 아이스하키를 원데이 클래스로 배워 보니 흥미가 더 커졌다”며 “원데이 클래스는 하루만 투자해도 나의 적성과 흥미를 가늠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고 전했다.
원데이 클래스의 인기는 취업난과 불확실한 미래로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청년들이 여가 활동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제빵, K-POP 댄스, 맥주 만들기 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체험한 김소정(27)씨는 “원데이 클래스 선생님들은 수강생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않아서 좋다”며 “수업에 집중하다 보면 일상의 고민을 잊고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김찬미(28)씨는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자극이 일상에 환기가 된다”며 “원데이 클래스를 하면 단시간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성취감이 크고 보람찬 하루를 보낸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20~30세대는 이색 경험을 SNS에 기록하고 표현하려는 욕구도 강하다. 대학생 정인규(25)씨는 “향수 만들기와 화실 원데이 클래스를 가봤는데 사진이 잘 나오는 조명과 분위기라 SNS에 올릴 게시물이 생겨서 좋았다”고 전했다. 김은솔(29)씨는 “원데이 클래스에서 찍은 스냅사진을 SNS에 공유했더니 지인들의 관심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며 “SNS에 기록하면 정보 공유도 되고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사혜지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청년 세대의 디지털 친화적인 문화, 불확실한 사회·경제적 배경, 자기표현 욕구 등 다양한 맥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원데이 클래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사 교수는 “원데이 클래스는 빠르게 변하는 유행이나 본인 취향에 맞춰 부담 없이 새로운 체험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의 실용성 추구 문화나 가성비·가심비 혼합형 소비 선호와도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신아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은 “기성세대에 비해 청년들이 경제적·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여가 활동에도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SNS 기록과 인증 문화를 향유하는 청년세대에게 SNS는 여가 활동을 활성화하는 기제로도 작동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