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韓 플랜트산업의 기회”

‘트럼프 2기’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韓 플랜트산업의 기회”

- 美, LNG 등 화석 포함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
- 전력수요 급증 대비…中 견제로 韓 반사이익 기대
- 플랜트 기술력 갖춘 韓…프로젝트 참여기회 전망

기사승인 2025-03-21 16:49:54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전경. 한화큐셀 제공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탄소중립 가속·데이터센터발(發) 전력수요 급증 등 요인에 따라 국내 에너지 플랜트산업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이미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2025 플랜트 EPC 정책 포럼’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Stargate Project’와, 대(對)중국 관세 인상, 기술패권 전쟁 등으로 발전 기자재에 있어 우리 기업의 사업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LNG 수출을 재개하는 등 친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통해 에너지 비용을 낮춰 자국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제조업의 리쇼어링, 데이터센터의 수요 증가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등 타 에너지원을 아예 배척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태양광에 대한 지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역대 미국 대통령의 태양광 세액공제(ITC) 정책을 보더라도 정당과 관계없이 ITC 정책을 유지해 왔다”면서 “태양광 EPC(설계·조달·시공) 진입장벽이 낮아 프로젝트 개발 능력의 강화가 필요한 가운데, 기자재의 경우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우리에게 반사이익과 같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풍력산업은 기존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미국시장에서 잠시 주춤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관할 영해·영토 내 육상·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승인, 통행권 허가, 임대 및 대출을 지난 1월21일부터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프랑스 Total Energy 등 일부 기업은 해상풍력 프로젝트 중단을 발표했으며, 초기 단계인 타 프로젝트도 연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LNG를 중심으로 한 가스발전 시장도 발전플랜트 산업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스 관련 규제를 완화해 LNG 등 가스 비용을 낮춰 전력수요를 충족할 계획이다. 우리에게 있어 미국 가스터빈 기자재 시장의 진입장벽은 높지만, 그 수요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보일러 등의 미국 진출 기회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LNG 수출 확대로 아시아 등의 가스발전이 확대되면 우리기업의 사업기회가 증가할 것이고, 미국 내 가스발전 프로젝트 증가로 우리에게 유지보수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며 “LNG 프로젝트 EPC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이라는 대기업이 과점하고 있어 우리의 진출이 쉽지는 않지만, LNG 가격 안정화로 아시아 내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해 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1일 오전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5 플랜트 EPC 정책 포럼’에서 이미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이 ‘트럼프 2.0 출범에 따른 플랜트업계 영향 및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재민 기자 

아울러 원자력발전과 전력망(Grid) 플랜트도 우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신임 에너지부 장관이 ‘원자력 르네상스’ 실현을 언급하며 원전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빅테크기업들이 SMR에 눈을 돌리면서 ‘높은 발전단가’라는 단점을 갖고 있던 SMR산업의 확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세계 첫 SMR 작업장’인 미국 와이오밍주 소재 SMR단지는 오는 2030년 가동 시 시간당 345MW(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전망이다. 40억달러(약 5조8860억원)가 투입된 이 사업에는 테라파워와 더불어 미 에너지부가 자금 절반을 지원한다.

아마존은 SMR 기술기업 X-energy에 5억달러를 투자해 2039년까지 미국 전역에 SMR를 토대로 5GW(기가와트)의 전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최근 한미 양국이 원전 수출 및 협력 원칙과 관련한 MOU를 체결한 것을 토대로 우리 기업들이 미 SMR 기술기업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초도기 SMR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우리의 참여가 쉽지는 않으나, 이후 프로젝트나 해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참여기회가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전원들을 토대로 미국의 그리드 투자는 지난 2023년 850억달러에서 2030년 100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력인프라 확충을 위해 그리드 프로젝트의 승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규제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법률과 규정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선·변압기 수출이 73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4% 증가하는 등 한국은 관련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어 향후 수출 잠재력이 더 높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우리기업은 미국 현지 투자 확대 등에 대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해외 플랜트 수주 목표를 지난해 달성치 341억달러 대비 성장한 350억달러로 제시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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