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오는 4일로 지정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략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쌍탄핵’을 검토해 온 민주당은 일단 ‘보류’로 입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1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공지한 이후 ‘쌍탄핵’에 거리두기 중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 공지 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을 향해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오늘 당장 헌재 결정에 따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며 “한 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정 붕괴를 막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헌재 공지 직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뒤 한 대행 탄핵에 대해 한발 물러섰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에 대해서는 ‘중대결심’을 얘기했지 구체적으로 탄핵을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다만 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한 총리가 당연히 해야 할 헌법 의무이고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탄핵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때 ‘비상한 결단’, ‘비상한 각오’ 등으로 표현해 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 추진 역시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조 수석대변인은 “최 부총리가 명백한 헌법 위반을 했기 때문에 (탄핵안을) 발의한 것이다. 본회의 진행 상황을 보며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2일과 3일 국회 본회의 일정을 확정하면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본회의 보고와 표결을 위한 요건(본회의 보고 이후 24~72시간 내 표결)은 마련된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은 4일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를 지켜본 뒤 탄핵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자동 보고된다. 이후 표결 시점을 좀 적절하게 조절하겠다”면서 “4일 선고 결과를 보고 (표결을 하든 법사위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넘기든) 결정해도 되지 않나”라고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이후 72시간 내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만약 4일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경우, 최 부총리 탄핵안은 표결 없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쌍탄핵 카드를 일단 접은 데는 헌재 선고일 지정으로 마은혁 후보자의 재판관 합류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초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또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으로 정치 지형이 급변할 가능성에 대비해 역량을 집중하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까지 비상행동을 유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오는 4일까지 국회 경내 비상대기는 물론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릴레이 철야 농성을 진행하는 등 투쟁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