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 조선 협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직후 한국 취재진과 만나 “알래스카 LNG 건도 중요한 부분이고, 이미 한미 양국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조선업도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영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 2건은) 우리가 경쟁력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충분히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의를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처음 미국을 찾은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다. 지난달 13∼15일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처음 만났던 그가 한 달도 안 돼 다시 미국을 찾은 것인데, 이번 방미에서 재차 그리어 대표와 만나 한미 간 통상 협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지난번 그리어 대표와 만남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다고 느꼈다”며 “그런 측면에서 협상이 무난하게 진행될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상호관세) 25%이든 다른 품목별 관세율이 사실 매우 높다”며 “단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두고 본다면 우리나라 수출에 가장 큰 애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미국과 끈질기게 협의를 해 다른 나라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관세 대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핵심 사항으로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한국이 큰 흑자를 보고 있는 양국 간 무역수지 문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목표는 상호관세를 아예 없애는 것이고, 그게 정 어렵다면 일단 낮춰 나가는 것”이라며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거 같고, 단계별로 접근해서 미국 측과 원만한 협의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또한 이번 방미 기간 협의에서 ‘배수진’을 칠 것인지를 묻자 “오늘 당장 배수진을 친다고는 얘기하기 어렵고, 배수진을 치는 시점도 전략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시점을 ‘협상을 위한 최적의 시점’이라고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해 “그것은 미국의 해석”이라며 “우리는 나름대로 미국 측과 계속 내부적으로 협의를 해왔고, 이번에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서도 그 간극을 좁히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또한 미국이 제기해온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련, “사실 그동안 많이 해결됐고, 남아 있는 몇 가지는 국익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두서너 달 동안 우리가 관계부처와 협의를 계속해 왔다”며 “우리 내부를 위해서라도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는 게 좋아 보이는 부분도 있어서 그런 것을 종합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비관세 장벽이 있는지를 묻자 “모든 상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보고 있고, 국내에서 정말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미국 측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어떤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고려해서 미국과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본부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로 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형해화한 것에 대해선 “상호관세가 미국의 자체 계산 방식대로 결정이 됐다 하더라도 FTA의 관세 특혜는 유지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냥 25%인데, 다른 나라는 기존 관세에 상호관세를 추가해야 하니까 한미 FTA의 혜택은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정 본부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간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아마 총리실에서 별도 브리핑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답변을 자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