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戰에 커지는 韓존재감… 중소기업도 ‘K-방산 열차’ 탑승할까

이란·이스라엘戰에 커지는 韓존재감… 중소기업도 ‘K-방산 열차’ 탑승할까

- 중동 불안 가중에 사우디·UAE 수출 논의 속도 기대감
- 방산 주요 4사 수출 활로 개척, 중소 생태계 확장 차례
- 방산 진출 희망 기업 늘어나…새 정부 ‘4대 강국’ 비전 제시

기사승인 2025-06-20 06:00:07
지난 15일 이란이 발사한 로켓을 이스라엘 방공망이 텔아비브 상공에서 요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란-이스라엘이 충돌하면서 글로벌 안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력을 앞세운 한국 방위산업, 이른바 ‘K-방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국내 중소기업까지 저변이 확장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기업들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에 대한 수출 활로를 확대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 ‘천궁-II’는 지난 2022년 UAE를 시작으로 2023년 사우디, 2024년 이라크 등으로 수출되며 중동 3국에 총 12조1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러한 관심은 최근 함정, 잠수함, 전투기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열린 ‘사우디 방산전시회(WDS 2024)’에서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방산 협력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추후 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부터 로봇 및 위성을 활용한 감시정찰체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장기 수출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대폭 커지면서 수출계약 관련 대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8일 부산 MADEX 2025를 찾아 한화오션의 3600톤(t)급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에 관심을 나타냈고, HD현대중공업 부스를 방문해 6500톤급 호위함의 수출 가능 여부를 직접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4월 UAE 공군방공사령관 일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해 KF-21 시제기와 항공기 생산시설을 둘러봤으며, 이라크에 수출한 다목적 헬기 ‘수리온’의 후속 수출도 논의되고 있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에 따라 지상, 항공, 유도 중에서도 유도분야 방산물자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특히 사우디, UAE로부터 천궁-II 조기 인도 요구나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수주계약 타임라인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17일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사격장에서 열린 ‘수도군단 합동 포탄사격훈련’에서 수도포병 여단 K-9 자주포가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K-방산 성장세가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현대로템·LIG넥스원)를 넘어 중견·중소기업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이달 초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 방산기업 265곳 중 104곳이 수출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방사청의 설문조사는 지난달 12~26일 국내 중견·중소 방산기업 및 유관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 기업이 올해부터 2029년까지 5년간 필요하다고 밝힌 방산분야 지원 자금 총 규모는 5조3099억원에 달한다. 세부 항복으로는 △운전자금 1조4130억원 △연구개발 1조2248억원 △설비확충 9418억원 △시설자금 9120억원 △인건비 5489억원 등이다.

정부도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K-방산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수출대상국 및 품목 다변화로 방산수출액 2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고 5년 내 K-방산을 세계 4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방산·우주·항공 산업 관련 주요 공약으로 △방산수출 컨트롤타워 신설 및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 △국방 AI 첨단기술기반 구축 등을 위한 국방 R&D 투자 확대 △수출금융 패키지 지원 강화 및 글로벌 시장 수주 지원 △K-방산 스타트업 육성 및 방산 병역특례 확대로 우수 인재 유인·양성 △발사체, 위성체, 지상장비 등 우주산업 R&D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세계 4대 방산 강국 비전 실현을 위해선 방산 기술개발 및 수출을 지원하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국가전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거버넌스 수립도 검토돼야 한다”면서 “전략적 산업정책을 통해 방산·우주·항공 산업은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성장시키고, 무기국산화 및 자주국방 역량 강화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방산 호황과 맞물려 새 정부가 생태계 지원 방안을 내놓은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중견·중소 등 K-방산의 고른 성장세를 보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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