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면서 국내 산업계가 일단은 한숨을 돌렸다. 다만 종전이 공식적으로 선언되지 않은 데다 곳곳의 통상 변수를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오후 6시쯤(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하는 것으로 완전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24시간 후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2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공습한 후 미국까지 개입해 전쟁이 확산하면서 국내 산업계 우려가 증폭됐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석유·가스 수급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의 약 4분의 1이 통과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지난다. 우리나라의 중동 원유 도입비중이 지난해 기준 71.5%인 가운데, 이중 95%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국제 유가는 다시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68.51달러로 전장 대비 7.2% 하락했다. 20일 종가와 비교하면 11.83% 떨어지며 급등세를 되돌렸다.
국제 석유시장 변동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축유 관리에 나선 석유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낮아져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가가 내려 일단 한숨 돌린 것은 맞지만 상황이 예측 불가능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을 지나는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도 운송 측면에서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유류비와 같은 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다, 선박 운항의 경우 호르무즈해협을 피해 경로를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이동거리가 대폭 늘어나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전쟁에 대비해 종합상황실과 분야별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왔다. 다만 완전히 종전이 된 것이 아닌 만큼 상황을 지켜본 뒤 후속 조치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중동 사태를 통해 기존 비상대책을 점검하고 신속 대응 체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에너지, 무역, 공급망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즉각 대응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