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중국 군부 고위직의 숙청을 두고 시진핑 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언론도 전직 미국 고위관료들이 주장한 ‘시진핑 실각설’을 집중 보도하며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30일 자유시보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기 집권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이 SNS에 올린 사진과 글을 근거로 중국 공산당의 권력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플린 전 보좌관은 극우 반중 성향의 인사로, 미 육군 중장 출신이자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지낸 바 있다.
실각설은 시 주석의 최측근 인사인 먀오화(70)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의 위원직 면직이 지난 27일 결정되면서 퍼져나갔다. 면직 사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군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군사위는 시 주석 아래 2명의 부주석과 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먀오 위원은 4명의 위원 중 정치공작부 주임으로 활동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중국 국방부는 같은 해 11월 브리핑을 통해 ‘심각한 기율 위반’이 있었다며 먀오 위원에 대한 직무 정지 사실을 공개했다. 통상 ‘심각한 기율 위반’은 부패 범죄를 지칭한다.
또 지난해부터 리상푸 전 국방부장을 비롯해 전·현직 로켓군 사령관인 리위차오와 저우야닝 등 고위 장성 수십 명이 낙마하거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여기에 중앙군사위 서열 3위인 허웨이둥 부주석이 3개월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자유시보는 당초 시 주석이 자신의 측근인 먀오 위원과 허웨이둥 부주석을 중앙군사위 요직에 앉힌 것은 다른 부주석인 장여우샤와 그 측근들을 숙청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장여우샤 측의 반격으로 이 계획이 좌절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먀오 위원은 해임됐고, 허웨이둥은 부패 혐의로 조사 받은 것으로 알려진 뒤 자취를 감췄다는 설명이다.
또 이를 계기로 시 주석은 중앙군사위 주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목상 주석일 뿐이고 실제 군권은 장여우샤가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자유시보는 플린 전 보좌관이 SNS에 올린 사진을 근거로 중국 권력서열 6위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 장여우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세 인물을 차기 권력 구도의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반대 세력과의 협상을 통해 퇴진을 조건으로 딩쉐샹을 총서기, 천지닝을 총리, 장여우샤를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각각 앉히고, 집단지도체제를 복원하는 데 합의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반면 후진타오 전 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장여우샤 등이 딩쉐샹 부총리의 총서기 발탁 가능성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딩쉐샹 부총리 대신 왕양 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후춘화 정협 부주석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양 전 주석은 덩샤오핑이 발탁한 온건 개혁 성향의 기술관료로, 과거 총리 후보로 거론됐으나 2022년 정계를 떠났다. 후춘화 부주석은 한때 후진타오 전 주석이 시진핑의 후계자로 염두에 뒀던 인물이지만, 현재는 주요 보직에서 멀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