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나프타 확보 ‘파란불’?…위기의 석유화학업계, 트럼프-푸틴 회담 촉각

러시아 나프타 확보 ‘파란불’?…위기의 석유화학업계, 트럼프-푸틴 회담 촉각

기사승인 2025-08-13 15:49:29 업데이트 2025-08-13 16:20:4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AP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제재가 완화되면 전쟁 이후 사실상 막혔던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이 재개돼 원료 조달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대면 회담으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와 각종 제재 해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재개 가능성은 업계 원가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기준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나프타분해설비(NCC) 보유 기업의 전체 나프타 수입 의존도는 70~80% 수준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 기준 러시아산 나프타는 중동산보다 약 5% 저렴한 까닭에 국내 전체 나프타 수입의 약 23%를 차지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제재로 러시아산 수입이 급감해 2022년 1~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67% 감소한 19만톤 수준으로 줄었다. 전체 수입 비중도 8.7%로 낮아졌다. 그 결과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중동산 원료를 수입하면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 2022년 중동산 원료 수입 비중은 전년 대비 7.6%p 급증한 67.4%에 달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산 나프타를 적극 수입해 원가를 낮추고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수출을 확대했다. 서방 제재를 받은 러시아가 수출 활로를 유지하기 위해 인도에 저렴한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했고, 이후 미국의 추가 제재로 인도 수입마저 줄자 잉여 물량이 더 낮은 가격으로 중국에 유입돼 원가 경쟁력을 대폭 확대시킨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국제 유가 향방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 원료로, 유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가가 상승하면 나프타 가격도 함께 올라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원가 부담을 늘리게 된다.

특히 인도와 중국이 미국 제재를 우려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줄일 경우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몰리며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가 급등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업계 손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조현 롯데케미칼 상무는 최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 거래국에 대해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대한 중국과 인도의 구체적인 대응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의가 열려 휴전에 이르게 되면 이후 마련될 후속 대응책에 따라 석유화학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석유화학 산업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그간 대규모 NCC 설비 증설을 추진해 왔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50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추가 증설했고, 이 물량은 글로벌 에틸렌 공급 증설의 약 70%를 차지한다. 여기에 러시아산 나프타 유입 효과까지 겹치며 중국산 범용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대량 공급돼 우리나라 NCC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됐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이어진 공급망 불안이 업계에 큰 부담이었는데, 미·러 협상으로 제재가 풀린다면 러시아산 나프타 수급이 정상화되고 대중국 가격 경쟁력도 일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평화 협상 타결과 공급망 회복이 원료 가격 안정으로 이어진다면 업계 전반의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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