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K-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AI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기업들이 연봉 상한을 폐지하고 스톡옵션까지 내걸며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해외 유출은 심화하고 장기적 육성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된 네이버클라우드·SK텔레콤·LG AI연구원·NC AI·업스테이지 등 5개 기업을 중심으로 AI 인재 채용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파격 조건 내세운 ‘인재 모시기’ 경쟁
업스테이지는 정부 선정 직후 AI 리서치 엔지니어와 LLM 개발자 채용에 나섰으며, 다음 달 30일까지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채용 대상은 LLM 관련 분야 석사 이상 또는 2년 이상 실무 연구자까지 확대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멀티모달 LLM 전문 인력 채용을 본격화했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 비디오 등 종합적 데이터 모델링에 도전할 연구자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도 국책과제 수행 보안 지원, 에이전틱 AI 등 다양한 신설 직무에서 연중 수시 채용 및 인턴십, AI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NC AI와 LG AI연구원 역시 5년 이상 경력의 AI 엔지니어, 데이터 전문가 대상 대규모 영입, 산학 연계 인턴십까지 채용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AI 정예 팀에 포함된 연구기관들도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은 올 하반기부터 AI 연구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일련의 채용 경쟁은 올해 연말 5개 팀 평가와 2027년 최종 선발까지 이어질 전이다. 각 팀은 글로벌 최고 AI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심화하는 ‘인재 유출’…“OECD 최하위 수준”
문제는 국내 인재 유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 인재 순유출·입수는 –0.3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룩셈부르크 (+8.92명), 독일(+2.34명), 미국(+1.07명) 등은 순유입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연봉은 ‘부르는 게 값’이라 웬만한 조건으로는 붙잡기 어렵다”며 “국내 기업이 파격 조건을 내걸어도 장기적 해법은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다다익선’식 채용 경쟁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학·연구기관과 기업 간 연계가 약해 인재 저변이 넓어지지 않고, 기업 내부 교육 프로그램도 단기 프로젝트 위주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해외 AI 인재 유치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2025년 최고급 AI 해외 인재 유치지원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해외 인재 고용에 필요한 인건비, 체재비, 연구활동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해외 한인 AI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외국인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 간소화, 정착 지원 프로그램 등도 검토 중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K-Tech Pass’ 특별 비자를 통해 첨단산업 우수 인재에게 맞춤형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해외 인재를 불러들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조언한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해외 인재를 데려와도 국내 연구 환경과 데이터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다시 떠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 시스템 개편과 연구 환경 개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