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대손비용·비이자수익에 희비 엇갈려

캐피탈, 대손비용·비이자수익에 희비 엇갈려

기사승인 2025-08-24 06:00:11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올 상반기 캐피탈사 실적의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부진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은 캐피탈사들은 순익이 감소한 반면, 투자 손익 등 비이자 이익을 늘린 OK캐피탈 등은 실적이 급등했다. 

23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2712억원으로 전년 동기(2757억원) 대비 1.6% 감소했다. KB캐피탈은 1241억원으로 1년 전보다 9.6% 줄었으며 우리금융캐피탈은 673억원으로 15.7% 감소했다. 신한캐피탈과 하나캐피탈 역시 639억원, 150억원으로 각각 41.0%, 86.3% 축소됐다.

순익이 줄어든 배경에는 대손충당금 확대 영향이 지목된다. 상반기 5개사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1조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다. 특히 하나캐피탈 등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관련 충당금 적립 확대 기조가 이어졌다. 하나캐피탈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024년 상반기 1196억원에서 2025년 상반기 1503억원으로 25.7% 늘었으며, 같은 기간 우리금융캐피탈도 522억원에서 701억원으로 34.3% 증가했다.

반면 비이자 수익이 늘어난 일부 캐피탈사들은 상반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OK캐피탈은 상반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541억원으로 전년 동기(126억원) 대비 329.3% 급증했다. 금융상품 관련 순손익이 92억원에서 798억원으로 뛰고, 이자비용이 452억원에서 291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OK캐피탈 관계자는 “상장주식 등 유가증권 수익 증가와 차입금 상환에 따른 이자비용 축소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캐피탈도 수수료 수익이 두 배 이상 늘면서 상반기 순익이 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애큐온캐피탈 역시 투자이익과 수수료 수익 확대에 힘입어 순익이 349억원으로 11.1% 늘었다. 금융상품 관련 손익은 2.5배 증가한 118억원, 수수료 수익은 3.3배 늘어난 52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같은 호실적에는 전년 실적이 워낙 낮았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비중이 높은 OK캐피탈은 지난해 44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부동산 부실채권 정리에 매진해왔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OK캐피탈 등이 과거 집중했던 부동산PF에서의 부실을 수년간 정리해온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악성 채권을 상각 처리하면서 순익이 크게 줄었다”며 “올해 실적 증가는 기저효과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국캐피탈이나 애큐온캐피탈처럼 고위험·고마진 자산을 적극적으로 취급해온 업체들이 PF 구조조정 기저효과와 투자금융 부문 개선에 힘입어 수익성이 일부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캐피탈사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영업자산의 대손비용 통제를 꼽고 있다. 전세완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부동산PF 등 기존 자산 부실이 여전히 재무지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업체별 자산 구성에 따른 운용수익률과 대손부담률 차이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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