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3년째 지속된 반도체 치킨게임(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벌이는 가격경쟁)이 끝나간다. 세계 D램 시장 5위인 독일 키몬다가 파산을 신청한 데 이어 8위 대만 프로모스의 파산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업체의 항복은 공급과잉 해소에 기여해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숨통을 틔울 전망이다.
코트라는 대만 D램 업계 분석자료를 통해 대만 1위(세계 6위) 파워칩이 프로모스와의 합병 의사를 철회하고 자사 구제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27일 전했다. 대만 2위 난야도 프로모스 합병안을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111억대만달러(4629억원)에 달하는 프로모스의 전환사채가 다음달 상환 만기를 앞두고 있는 데다 파워칩이나 난야의 자체 자금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 3위 일본 엘피다와 대만 3사(파워칩, 프로모스, 렉스칩)가 대만 정부에 제출한 합병계획안도 원천기술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합병으로 생존을 모색하던 대만 업계 움직임이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는 파워칩이나 난야가 채권은행의 프로모스 청산을 기다린 뒤 현재보다 낮은 매입가로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프로모스는 정부의 자금 지원이 없으면 오는 3월 현금이 고갈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파워칩도 제휴 업체의 장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6월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난야 역시 자본구조를 조정하지 않으면 연말쯤 순자산이 제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키몬다는 지난 23일 뮌헨 법원에 파산을 신청, 치킨게임의 첫 탈락자가 됐다. 키몬다는 지난달 작센 주정부와 모회사인 인피니온 등으로부터 3억2500만유로를 지원받기로 했지만 추가 지원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파산 선언에 이르렀다. 나머지 D램 기업이 회로를 웨이퍼 위로 쌓는 스택 방식을 택하는 것과 달리 키몬다만 회로를 웨이퍼 밑으로 파내려가는 트렌치 방식을 고수해 회생할 가능성도 적다.
업계 관계자는 “키몬다 파산으로 감소되는 물량은 업계 전체의 5% 수준이며 프로모스마저 청산된다면 8∼9%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급 개선은 국내 기업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해외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과 원가 구조가 업황 회복기에 위력을 발휘해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24일 “키몬다의 파산 신청은 한계를 절감한 조치로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호재”라고 발표한 뒤 삼성전자 적정주가를 54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