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10대, 20대에게 서울은 가장 힙한 도시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걸 모르고 있죠”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제진흥원 본사에서 만난 김현우 대표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서울콘’을 소개했다. 세계 최대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도 주목하고 있는 바로 그 행사다. 김 대표가 기획한 서울콘은 전 세계 58개국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해 누적 조회수 4.5억 건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주요 뉴스 채널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도달하기 어려운 수치다.
2022년 첫 선을 보인 서울콘은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이 서울에 모여 도시의 매력을 콘텐츠로 전파하는 행사다. 서울콘은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축제를 넘어 서울 중소기업 제품과 해외 인플루언서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매칭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장했다.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매출만 1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동대문 DDP에서는 중국 외 지역 최초로 알리바바 라이브 커머스가 매주 진행되고 있다. “동대문 상권 활성화에 직접 기여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은행원으로 시작해 셀트리온 초기 투자로 벤처캐피탈 분야에서 주목받았고, 콘텐츠 투자자로도 활동했다. 아시아경제TV 대표로 뉴미디어 환경을 경험한 그는 지금 서울콘을 통해 이력의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SBA 대표로 부임한 뒤, 그는 ‘한국판 CES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기존 전자제품·IT 기술 중심의 대형 박람회 모델을 서울로 유치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 틀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사람 자체가 콘텐츠고, 인플루언서가 채널”이라며 “이제는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CES가 기술을 진열하는 장이라면, 서울콘은 사람이 서사와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무대다. 그가 주목한 ‘사람’은 바로 인플루언서였다. 기존 박람회들이 하드웨어·기술제품 중심이었다면, 서울콘은 ‘사람이 곧 콘텐츠’라는 철학 위에 세워졌다. 특히 10~20대 세대는 전통 미디어가 아닌 자신이 팔로우하는 1인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올해 서울콘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단연 미스터 비스트다. SBA는 항공료·숙박비 지원 없이 협찬 중심의 유치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해당 유튜버의 요구에 맞춰 기업과의 광고 수익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번 기회가 글로벌 확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서울콘은 현재 운영 체계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8월에는 뉴욕에서 K-뷰티를 주제로 한 교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중동 등 해외 여러 도시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조직 운영도 ‘사람 중심’이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사내 도시락 간담회만 60회 넘게 진행했다. 김 대표 자신의 AI 아바타를 만들어 직원 소식지를 직접 전송하고, 직원들도 AI 아바타를 활용해 순번제로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공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파격적인 시도다.
올해 60세인 김 대표는 지난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서울법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안주하는 사람도 있지만, 초등학교 졸업 이후 계속 성장하는 분들도 있다”며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졌다면 그게 가장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SBA에 대해서는 ‘실험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민간 기업은 실패하면 망하지만, 우리는 마중물을 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들이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시도를 SBA가 먼저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그는 “100억(예산)만 있다면, 3년 안에 전 세계 청년들이 ‘한국 제품이라면 무조건 산다’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확신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라 서울콘을 통해 이미 검증된 방식에 대한 믿음이었다.
전통적인 마케팅이 아닌 사람과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K-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을 꿈꾸는 그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