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러브홀릭’ 지선 “목소리 팔아 다리를 얻은 인어죠”

[쿠키人터뷰] ‘러브홀릭’ 지선 “목소리 팔아 다리를 얻은 인어죠”

기사승인 2009-02-05 11:11:02


[쿠키 연예] ‘인어공주’는 덴마크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만든 유명한 동화다. 사랑에 빠진 인어공주가 왕자 곁에 머물고 싶어 자신의 목소리를 마녀에게 내어주게 되지만 왕자가 다른 나라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 실의에 빠진 인어공주는 결국 바다 속으로 몸을 던졌고 물거품으로 변해버린 슬픈 사랑 이야기다. 러브홀릭 전 멤버 지선도 자신이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음을 고백했다.

1년4개월 전 지선(본명 황지선·30)은 3인조 혼성그룹 러브홀릭의 홍일점이었다. 추구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과감히 팀을 탈퇴를 결정했다. 당시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의 독립을 말렸다. 2003년 데뷔한 러브홀릭은 2006년 SBS ‘가요대전’ 최우수 락그룹을 수상,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홀로서기’ 중이라는 지선은 한결 여유로워보였다. 그리고 첫 번째 솔로 앨범 ‘인어… 집으로 돌아오다’를 들고 돌아왔다. 인어에 비유된 한 여자의 인생을 담아낸 앨범이다. 바로 본인의 이야기였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제 자신이 ‘인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목소리를 팔아서 다리를 얻고 세상에 왔지만 방황하는 이방인이었던거죠. 가수로 데뷔해 다리를 얻고 세상에 나와 보니 음악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가수 생활에 회의를 느껴 일본을 도피처로 삼아 떠났죠.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느 곳도 집이 되어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결국 전 바다로 가지 못하고 물거품이 된 인어였더라고요.”

타이틀곡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짙은 ‘안녕 마음아’이다. 지선의 강렬한 음색이 중반부에 드럼 소리와 함께 폭발한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곡이죠. 사랑이 지나간 후 받은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사랑에 빠져 순수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요.”



지선은 이번 앨범에서 80년대 후반 신스팝 사운드에 기반을 두고 곡 작업을 했다. 그리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원초적인 소리에 귀를 기울었다. 가감 없이 반영된 지선의 음악 세계는 깨끗한 자연을 연상시킨다. 의미 없이 들어간 악기 소리가 없을 정도로 음 하나 하나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수록곡 ‘지구인’ 같은 경우 인간과 인간의 회복을 담고 싶었어요. 소리를 넣을 때에는 아프리카라고 상상한 뒤 코끼리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넣는다는 마음으로 했죠. 제가 음악적 지식이 부족해 원초적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었어요. ‘안녕 마음아’에 전반적으로 깔리는 소리는 눈물이 떨어지는 이미지를 표현한 거예요”

지선은 타이틀곡을 비롯해 앨범에 수록된 13곡 모두 작사, 작곡했다. 지선은 직접 만든 곡들이 앨범으로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 러브홀릭 탈퇴 후 휴식기를 가지던 중 운명과도 같은 강한 힘에 이끌려 곡 잡업을 하게 됐다고 한다.

“외부에서 곡을 의뢰해 앨범에 넣을 생각이었으나 제가 추구하는 음악 색깔과 달라서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밀린 일기를 쓰듯 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어요. 지나간 기억들을 꺼내서 품었다가 보듬는 작업이었죠. 앨범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걸 얻었어요. 제에겐 구원 같은 앨범이에요.”

첫 솔로음반을 낸 지선은 떨리고 설레는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다. “러브홀릭이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요. 게다가 요즘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정말 많아서 제가 설 자리가 있을까 걱정되고요.”

클래지콰이의 보컬 알렉스가 솔로로 독립하는 지선을 위해 힘을 보탰다. 지선과 알렉스는 2006년 같은 소속사 식구였을 당시 디지털 싱글 앨범을 공동 작업한 바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윈드 플라워’에서 듀엣으로 호흡을 맞췄다.

“곡을 만들 당시 듀엣으로 갈 생각은 없었어요. 이별을 마주한 연인의 관점을 이야기하다보니 듀엣 곡으로 변경됐죠. 알렉스의 목소리에 대해 달콤하다고 평가하던데 제가 보기에는 드라마틱한 색깔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업에서 알렉스의 목소리를 끌어내는데 집중했어요. 알렉스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러브홀릭의 노래 ‘화분’을 불러 뒤늦게 인기를 모았는데 이번 곡도 그렇게 됐음 좋겠어요.(웃음)”

러브홀릭을 떠나 첫 걸음을 뗀 지선. “제 인생 모든 것을 걸고 지쳐 쓰러지더라도 달려보고 싶어서 러브홀릭을 나왔어요. 이제 솔로가수 지선으로 제 모든 걸 걸어보려고 합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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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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