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거북이’서 홀로서기 수빈 “6년 기다려 준 팬 덕분에 용기냈죠”

[쿠키 人터뷰]‘거북이’서 홀로서기 수빈 “6년 기다려 준 팬 덕분에 용기냈죠”

기사승인 2009-02-09 09:13:01


[쿠키 연예] 경쾌한 멜로디와 밝은 가사로 가요계에 신바람을 몰고 온 3인조 혼성 그룹 거북이. 수빈(본명 임수빈·26)은 2001년 거북이 데뷔 시절부터 2003년까지 그룹 내에서 메인 보컬로 활동했다. ‘수빈’이라는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거북이의 히트곡인 ‘사계’를 들어보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이 부분을 부른 여성 보컬이 바로 수빈이다. 거북이 출신 수빈이 그룹 탈퇴와 동시에 가요계를 떠난지 6년. 역경을 이겨낸 수빈이 성숙해진 목소리로 가요계에 복귀했다.

수빈은 3년 전부터 작곡가 정필승의 지도 아래 컴백을 준비했다. 지난달 7일 디지털 싱글 앨범 ‘사랑은 봄처럼’을 발표, 감미롭고 애절한 음색으로 팬들 앞에 나타났다. 타이틀 곡은 클래식 ‘캐논’을 샘플링 한 ‘사랑은 봄처럼’이다. 사랑의 감정을 따스한 봄에 비유한 곡이다.

또 다른 수록곡 ‘떠날거면’은 정필승, 한명준이 작사하고 정필승이 작곡한 힙합 곡이다. 랩과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다. ‘사랑은 봄처럼’이 첫사랑의 달콤한 느낌이라면 ‘떠날거면’은 이별의 애틋함이 담겨져 있다.

노래 ‘사계’가 히트하면서 거북이의 주가도 올라갔지만 수빈의 근심은 날로 커져만 갔다. “중학생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어 선택한 길이지만 기계처럼 노래를 부르는 제 모습에 회의가 들더라고요. 카메라 불이 들어오면 밝고 신나는 척 해야하는 제 모습이 가식처럼 느껴졌고요. 인기를 얻었지만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죠. 부모님이 들으실까봐 물을 틀어놓고 운 적도 많아요.”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우울증으로 번졌다. 병원에 다니면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었지만 그룹 이미지에 피해가 갈까봐 선뜻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성대결절로 병원 치료를 받았을 때에도 괴소문이 퍼지면서 오해를 사 멤버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혼자 감당할 수 없었던 어린 수빈은 돌연 탈퇴를 선언했다. 6년의 시간은 연약했던 수빈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고교 시절 가요계에 데뷔한 수빈. 그가 어린 나이에 데뷔해 활동의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 덕분에 일찍 활동을 시작한 후배 가수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달랐다. “10대 후반에 활동할 때에도 힘들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가수 준비를 시작하는 친구들은 정말 힘들 거라 생각해요. 데뷔 전에는 가요계와 가수에 대한 환상이 컸거든요. 한창 친구들과 만나서 놀 나이에 일을 한다는 것은 평범한 생활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정말 힘든 일이죠.”

수빈이 거북이를 탈퇴하고 방황할 당시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가족과 친구들이다. 6년 동안 쉬면서 못다한 학업에도 매진했다. 연극영화과에 입학, 학과 공부 및 연극 무대에 서면서 내성적인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꾸게 됐다.

“쉬는 동안 무대가 정말 그리웠어요. 거북이 탈퇴 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어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팬카페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죠. 6년 동안 꾸준히 글을 남겨주는 팬들이 많더라고요. 팬들 덕분에 용기를 얻게 됐고 그들에게 무대에 다시 서겠다는 약속을 했어요. 저만의 무대를 만들어 갈 생각을 하니 설레고 기대됩니다.”

수빈은 솔로가수로서 새 출발을 한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거북이의 리더였던 故 터틀맨(본명 임성훈·38)의 부재로 인해 가슴 한 구석이 안타깝고 씁쓸하기만 하다. 터틀맨은 지난해 4월2일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했다. 터틀맨은 수빈의 가수 데뷔를 도와주고 격려해 준 사람이었다.

“오빠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아 며칠 동안 하염없이 울었어요. 무명 시절부터 어려움을 함께 이겨냈는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죠. 오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하려고 합니다.”

거북이에서 벗어나 홀로서기 중인 수빈. “제 능력을 어디까지 발휘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음악으로 자주 찾아뵐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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