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없는 부동산 정책, 멀어지는 내집 마련

서민없는 부동산 정책, 멀어지는 내집 마련

기사승인 2009-02-18 17:32:02
[쿠키 경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서민은 없다. 경기부양을 부동산에 의존하다보니 인위적으로 거품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가 아닌 제한적 투기수요만 유발시켜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규제 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특정 소수를 위하는 정책을 쏟아낸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의 일방적 규제 완화는 결과적으로 건설업계의 부실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거품 부양, 멀어지는 실수요자 내집 마련=정부는 지난 12일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시장을 양도세 한시적 면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단행했던 종합부동산세 완화, 재건축 소형주택 및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과 연장선에 있는 정책들로 실수요자의 내집마련과는 거리가 멀다. 특정 소수를 위한 정책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양도세를 5년간만 감면하겠다는 것은 실수요보다 투기수요를 불러와 정책 효과가 골고루 미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미분양도 분양가 상한제 규제보다 분양가 급등 영향이 더 크다는 점에서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 이 같은 정책 덕택에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달 새 최고 3억원까지 오른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국지적인데다 일부 수요가 전체 가격을 끌어 올리는 측면이 없지 않아 결과적으로 거품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세종대 행정학과 변창흠 교수는 “미분양 문제의 핵심은 고분양가 문제”라며 “지금은 정부가 아파트 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품을 제거해 실수요를 높일 수 있는 방안부터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연되는 구조조정, 커지는 잠재부실=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은 건설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 지난달 채권단에 의해 12개 건설사가 퇴출 또는 워크아웃 대상이 됐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군살빼기 대신 시간벌기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건설사도 없지 않다. 특히 고분양가 논란에도 주변보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건설사들의 책임은 묻지 않고, 단기적 처방으로 면죄부만 줄 경우 미분양 증가 등 유동성 위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5년 말 5만7215가구에서 2008년 11월 16만2570가구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분양가도 크게 올랐다. 부동산뱅크 조사 결과 3.3㎡당 전국 평균 분양가는 2005년 729만원에서 2008년 1076만원으로 상승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난해 8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이 307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거품을 꺼뜨리지 않으면 부동산 위기가 경제 전반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오히려 투매가 본격화돼 가격이 더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부 전강수 교수는 “정부가 양도세 완화 등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쓰는 것은 외환위기 당시 ‘반짝 효과’를 기억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부동산 중심 경기 부양 효과는 이미 일본 등에서 실패한 전력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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