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결국 거품 조장” 비판

부동산 규제 완화 “결국 거품 조장” 비판

기사승인 2009-02-18 17:33:03
[쿠키 경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원칙없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부양을 부동산에 의존하다보니 인위적으로 거품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가 아닌 제한적 투기수요만 유발시켜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규제 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특정 소수를 위하는 정책을 쏟아낸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의 일방적 규제 완화는 결과적으로 건설업계의 부실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거품 부양=정부는 지난 12일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 미분양 및 신축 주택에 대해 5년간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감면키로 했다. 또 2005년 공공택지부터 도입돼 2007년 9월 민간택지로 확대된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키로 했다. 모두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완화, 재건축 소형주택 및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과 연장선에 있는 정책들이다. 특정 소수를 위한 정책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 이 같은 정책 덕택에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달 새 최고 3억원까지 오른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국지적인데다 일부 수요가 전체 가격을 끌어 올리는 측면이 없지 않아 결과적으로 거품이 조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 완화가 투기수요를 중심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어서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집값이 오르면 내야 하는 양도세를 5년간만 감면하겠다는 것은 실수요보다 투기수요를 불러와 정책 효과가 골고루 미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미분양도 분양가 상한제 규제보다 분양가 급등 영향이 더 크다는 점에서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청약률 제로 아파트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2006년 중대형 분양가보다 3.3㎡당 250만원 가량 낮았던 경기도 성남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은 최고 경쟁률 51대 1로 분양에 성공했다.

세종대 행정학과 변창흠 교수는 “미분양 문제의 핵심은 고분양가 문제”라며 “지금은 정부가 아파트 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품을 제거해 실수요를 높일 수 있는 방안부터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연되는 구조조정, 커지는 잠재부실=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은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채권단에 의해 12개 건설사가 퇴출 또는 워크아웃 대상이 됐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군살빼기 대신 시간벌기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건설사도 없지 않다. 특히 고분양가 논란에도 주변보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건설사들의 책임은 묻지 않고, 단기적 처방으로 면죄부만 줄 경우 미분양 증가 등 유동성 위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5년 말 5만7215가구에서 2008년 11월 16만2570가구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분양가도 크게 올랐다. 부동산뱅크 조사 결과 3.3㎡당 전국 평균 분양가는 2005년 729만원에서 2008년 1076만원으로 상승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난해 8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이 307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거품을 꺼뜨리지 않으면 부동산 위기가 경제 전반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오히려 투매가 본격화돼 가격이 더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부 전강수 교수는 “정부가 양도세 완화 등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쓰는 것은 외환위기 당시 ‘반짝 효과’를 기억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부동산 중심 경기 부양 효과는 이미 일본 등에서 실패한 전력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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