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고환율에 신음하는 정유·항공사

“이럴수가”… 고환율에 신음하는 정유·항공사

기사승인 2009-02-25 08:19:01


[쿠키 경제]
아니, 이럴수가…."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점인 1516.3원을 기록한 24일 서울의 한 정유사 사무실. 자금담당 직원들은 컴퓨터 모니터 상에 찍힌 환율을 보며 망연자실했다. 지난해 3분기 3000억원이 넘는 환손실에 이어 4분기에도 1700억여원의 환손실을 기록한 악몽을 떠올리기 싫다는 표정들이었다. 환손실로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른 변수들은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하지만 환율은 정유사들이 손쓸 방법이 없다"며 "지금으로선 환율로 인한 피해폭을 최소화하는 방안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의 대한항공 직원들도 이날 긴박하게 움직였다. 최근 환율이 치솟으면서 회계·재무팀은 비상체제에 들어가 환율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경영진에게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보고하고 있다.

고환율 행진이 지속되면서 외화부채가 많은 정유업계와 항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에쓰오일은 요즘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자금관리위원회 회의를 매주 열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재무부분에 환관리위원회를 두고 원유 가격과 환율 변동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만 급할뿐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환율 상승이 그대로 원유 도입단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업체는 최근 앞다퉈 고도화시설 증설 등 설비투자에 외화를 끌어다 썼기 때문에 환차손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대한석유협회는 현재 국내 정유사들이 80억달러 정도의 외화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마다 800억원의 환차손을 입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200원∼1300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경영전략을 세운 대다수 기업들은 경영목표를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항공업계 역시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항공기 구매와 항공유 구입 등으로 대규모 외화부채를 안고 있어 역시 환율에 따른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 원·달러 환율을 1200원으로 추정한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외화부족액이 20억달러 정도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200억원 정도의 환차손을 입게 된다. 아시아나 항공 역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환차손이 78억원이 된다.

항공업계는 환헤지를 통해 손실 폭을 줄이고 2006년 비행기 구매시 원화 기준으로 구매했던 경험을 살려 앞으로 비행기 구매시 원화를 기준으로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할 때 항공사가 순적자로 전환하고 해상운송업은 22%, 정유업은 16%, 철강·금속업은 10%, 음식료·담배업은 2%, 의류업은 2% 가량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엔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들도 원화각치 하락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엔화 대출 기업은 환차손 외에도 대출 금리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서울에서 완구 수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원·엔환율이 100엔당 800원 수준이던 2006년 은행으로부터 6000만엔(5억원 정도)을 연 2% 금리로 대출받았다. 그러나 원·엔 환율이 지금은 배로 뛰어 대출 원금만 1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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