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장기하’… 평범한 20대 감성 노래하는 특별한 그들

‘꽃보다 장기하’… 평범한 20대 감성 노래하는 특별한 그들

기사승인 2009-02-28 21:44:01


[쿠키 문화] ‘꽃보다 장기하’

요즘 젊은이들이 무언가 자신의 맘에 흡족했을 때
쓰는 유행어가 ‘꽃보다 OO’이다.
인기 절정을 구가하고 있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빗댄 패러디 쯤으로 보면 되겠다.

지난해 10월 3곡을 담은 미니앨범 ‘싸구려 커피’을 내고 말하듯 노래하는 독특한 창법 덕에 인터넷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장기하(27). 그가 약 4개월만에 세 명의 ‘얼굴들’과 함께 첫 정규 앨범을 내고 27일 가진 발매 기념 콘서트에서는 ‘꽃보다 (장)기하’란 구호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어떤 이에게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뜻의 인터넷 은어·유명하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 밴드에 불과하지만 이날 공연장을 찾은 500여명에게 장기하와 얼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 급의 뮤지션으로 여겨지는 듯 보였다.


팬들의 반응을 감안이라도 했다는 듯, 이날 장기하를 비롯한 정중엽(베이스)와 이민기(기타), 김현호(드럼·퍼커션) 4명의 멤버들은 꽃보다 남자의 4명의 주인공 F4의 프레피 룩(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의 교복 스타일)으로 멋을 냈다.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꽃무늬 원피스를 차려입은 미미시스터즈의 안무와 코러스는 도통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포크 선율과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이날 공연에서는 그동안 ‘EBS 스페이스 공감’
등 라이브 공연 영상에서 추출해서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음원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또 공연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따끈한 신곡 4곡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음반 명과 같은 제목인 ‘별일 없이 산다’가 큰 호응을 받았다. 살다 보면 이런일 저런일 있지만 그래도 하루 하루그냥 그렇게, 그야말로 ‘별일 없이 산다’는 것을 자랑이나 되는냥 떠들어 대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장기하가 부르는 노랫말은 별 다를 것 없는 우리의 일상과 너무도 닮아있다. 기교 없이 단정한 목소리는 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처럼 담백하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대학생 김지영(23·여)씨도 “판에 박힌 듯한 노래를 부르는 요즘 가수들과 전혀 다른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 신기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구질구질해 보일 수 있는 일상을 재치있게 풀어내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TV 속 아이돌이 말하지 않는 평범한 20대의 감성을 노래하는 장기하가 이전에 없었던 캐릭터의 생경함으로 잠시 눈길이 쏠리는 코믹스러운 존재로 사라지지 않길….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서 있는 현실 속 ‘꽃보다 기하’로 남아주길 팬들은 바라고 또 바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사진= 붕가붕가 레코드 제공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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