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석유화학, LLDPE 생산 기술로 업계 구원투수 ‘와인드 업’

한화석유화학, LLDPE 생산 기술로 업계 구원투수 ‘와인드 업’

기사승인 2009-03-01 17:14:01

[쿠키 경제] 분자량 분포가 넓은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Linear Low Density Polyethylene) 생산 기술은 석유화학업계를 위기에서 구할 구원투수다.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동·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국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지만 한화석유화학은 이 기술로 가격 경쟁력을 잠재우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기술을 보유 중인 회사는 한화석유화학을 포함 단 3개사. 분자량 분포가 넓은 전선용 LLDPE는 범용 제품에 비해 t당 100달러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고속 가공성 획기적으로 높여=분자량 분포가 넓은 LLDPE는 고속 가공성이 우수하다. 분자량이 많은 부분과 적은 부분이 적절하게 분포돼 가공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분자량이 적은 부분은 케이블 외관을 매끄럽게 해 케이블 뽑는 속도를 높이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반면 분자량이 큰 부분은 안에 있는 섬유나 선이 손상되지 않도록 신장력과 인장강도를 높인다. 이에 따라 분자량 분포가 넓은 LLDPE는 내구성과 고속 가공성을 함께 요구하는 제품인 저압 전력케이블 절연용과 재킷(Jacket·전선의 제일 바깥쪽 피복)으로 사용된다.

한화측은 이 제품을 개발하기 전까지 분자량 분포가 좁은 LLDPE를 변조하거나 가공해 공급했으나 가공 속도에서 분자량이 넓은 LLDPE를 따라가지 못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느꼈다. 한계를 느낀 한화측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키로 했으나 촉매 제조 기술이 없었다. 한화석유화학은 시행착오 끝에 2008년 7월 마침내 생산에 성공했다.

◇비용절감에서 수출 시장 확대까지=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필요성을 느낀 한화측은 당초 생산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술 도입 비용만 20억원이고, 추가로 제품 생산에 따른 런닝 로열티를 지급해야 해 자체 개발로 방향을 돌렸다.

한화측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전라남도 여수 공장의 범용 LLDPE 생산라인 일부를 전선용 LLDPE 라인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약 8500톤(t), 150억여원어치를 판매했다. 한화측은 매년 판매량을 늘려 2011년까지 약 2만t의 판매량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도 높다. 전세계 시장이 30만t 규모임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또 개발과정에서 가동 정지 없이도 생산 품종을 교체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확립해 연간 7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및 수익 증대 효과도 함께 가져왔다. 보통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때는 같은 반응기에서 다양한 품종을 생산한다. 다른 품종으로 바꿀 경우 3∼4일 가동을 중지하고 반응기를 세척한 후 다시 생산하는데 이 과정을 없애며 그에 따른 손실을 줄였다.

◇명실상부한 세계 톱3를 목표로=한번 손상되면 그 피해가 넓은 지역으로 전달되는 전선의 특성상 전선 수지 원료 시장은 기술력과 함께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만큼 기존 시장의 진입장벽을 뚫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 중국과 리비아 업체 등이 개발을 시도했으나 기술의 난이성과 전선용 시장에서의 높은 진입 장벽으로 개발을 포기한 적이 있어 한화측의 개발 성공은 더욱 돋보인다.

한화측은 이번에 개발한 LLDPE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전세계 전선 원료 시장의 명실상부한 ‘톱3’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해당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다우케미컬(The Dow Chemical Company)과 스웨덴의 보레알리스 볼스타(Borealis Borstar)로 전세계 시장의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이 분야의 양대 업체인 다우와 보레알리스 외에는 한화측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아직 양대 업체에 비해 그 비중은 낮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6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전세계에서는 10∼1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화측은 향후 생산 설비를 증설해 두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계획이다.

김기식 한화석유화학 책임연구원은 “한국 석유화학업체들은 규모면에선 미국과 유럽, 가격 면에선 중동 업체들과 상대하기 힘들다”며 “한국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길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기술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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