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수출 감소…불황형 흑자 구조

계속되는 수출 감소…불황형 흑자 구조

기사승인 2009-03-02 17:51:04
[쿠키 경제] 2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지만 속을 살펴보면 심각하다. 수출보다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해 생긴 ‘불황형 흑자’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경기회복 신호가 아니라 그 반대인 것이다.

2월 수입 감소율(30.9%)이 수출 감소율(17.1%)을 훨씬 앞질렀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1998년 수출은 1323억달러로 전년보다 2.8% 줄었지만 수입이 933억달러로 무려 35.5%나 축소되면서 390억달러 무역흑자를 냈다. 수입 급감이 무역흑자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무역거래 규모 자체가 왜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이 우리경제에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무역거래 규모 축소는 성장잠재력의 훼손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또한 무역수지 흑자 배경에는 환율 상승과 조업일수 증가라는 덕택도 있다. 현재 달러당 1500원대에 달하는 환율은 지난해 2월 평균 환율 944원이었다. 지난해 설 연휴는 2월에 있었지만 올해는 1월에 있었다. 즉 환율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설 연휴가 2월에 있었더라면 수출 감소율은 훨씬 컸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선박(47.4%) 수출을 제외한 나머지 주력 품목의 수출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가전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국내 수요가 그만큼 줄고 있다는 것이어서 부정적인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경기가 지금보다 더 악화된다면 무역수지는 언제든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출 감소로 인한 실직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발생할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월처럼 수출이 30% 급감하면 일자리가 100만개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정부에서도 수출 전망치를 수정할 것을 검토중이다. 지식경제부 이동근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수출입동향 브리핑에서 “수출 목표와 전망은 1분기가 끝나는 3월말쯤에 여러 여건을 봐서 (수정해)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거시경제연구원은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환율 상승과 유가 안정의 영향이 크다”며 “무역 수지 개선은 다행이지만 국내 수요 위축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가 깊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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