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후 아니고 왜 구준표인가?… 방송은 지금 ‘나쁜 남자’ 전성시대

윤지후 아니고 왜 구준표인가?… 방송은 지금 ‘나쁜 남자’ 전성시대

기사승인 2009-03-03 14:52:03

[쿠키 연예] 나쁜 남자 신드롬이 안방극장에 번지고 있다.

KBS 2TV 월화극 ‘꽃보다 남자’의 순수남 윤지후(김현중 분)는 자신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명 착한 남자다. 여성들로 하여금 모성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연약한 모습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시청자는 착한 남자 윤지후보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재벌 2세 구준표(이민호 분)에게 더 끌린다는 반응이다.

KBS 2TV 수목극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백화점 홍보실장 이민수(정겨운 분)도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수많은 여자들과 애정 없이 만나는 바람둥이인데다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다. 감정이 격분하면 여자의 뺨을 때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말 클래식 드라마의 새 장을 연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괴팍한 지휘자 강마에(김명민 분)도 까칠한 남자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까칠남’ 강마에가 처음부터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다. 방영 초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강마에의 독설을 이해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독설은 정곡을 찔렀고 표독한 모습 이면에 숨겨진 인간미가 드러나면서 시청자는 강마에에게 서서히 빠져들었다. 방영 당시 ‘까칠남 강마에 신드롬’ ‘강마에 리더십’ 등 강마에 열풍이 불었다.

이처럼 시청자가 나쁜 남자에게 열광하는 것은 색다른 모습에 대한 신선함 때문이다. 시청자는 판에 박힌 듯 온순하고 매너 좋은 남자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강한 나쁜 남자에게 더 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 속 나쁜 남자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나쁜 남자가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과거 조연급에 불과했던 악역 캐릭터가 드라마 중심축을 이끌어가는 주연으로 부상한 것은 새로운 트렌드다. 나쁜 남자가 주연급으로 부상하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각도 달라졌다. 과거 조연급 악역을 ‘이유 있는 악역’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그들을 사랑하고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한다.

케이블 채널도 나쁜 남자 신드롬을 이용해 시청률 재미를 보고 있다. 현재 케이블 채널 올리브 TV의 ‘연애불변의 법칙7 나쁜남자’는 케이블 황금 시청률로 불리는 1%의 벽을 넘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연애불변의 법칙7 나쁜남자’는 자신의 남자 친구가 나쁜 남자인지 여부를 실험해보는 내용이다. 방송 출연을 신청한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가 작전녀의 유혹에 넘어가는지 몰래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게 된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4회에서는 케이블 가구시청률 1.137%(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기준)를 기록했다. 주 시청자 층은 20~34세 여성으로 14%의 시청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케이블 동시간대 1위 결과다.

책임 프로듀서인 조상범 PD는 20대 시청자가 나쁜 남자에게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연애와 사랑에 대해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들이 나쁜 남자를 욕하면서도 그러한 성향을 지닌 남성을 파악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애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작에 있어서도 나쁜 남자들의 본성을 꾸밈없이 담아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시대 변화에 맞춰 안방극장 속 남자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나쁜 남자 신드롬’의 행방, 그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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