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술끊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잇단 만취 대학생 사망사고로 대학가 술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일부 대학들이 모든 행사에 ‘무(無) 알코올’을 선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올해부터 신학기 모든 행사에서 술을 금지하고 있다. 이 대학 한방스포츠의학과(학과장 이윤관 교수)는 최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신입생 환영회를 ‘무 알코올’로 진행, 호평을 받았다. 음료수로 술을 대신했고 학생들은 자기소개 시간이나 인간 윷놀이, 퀴즈 등의 레크리에이션을 함께 즐기며 친목을 다졌다.
김가온(24·한방스포츠의학과 2년) 학생회장은 “처음엔 일부 학생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술 마시는 것보다 훨씬 분위기가 좋았고 후유증도 없었다”며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앞으로 모든 학과 행사는 무 알코올로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교측은 모든 학부(과)의 신입생 환영회는 ‘무 알코올’로 진행할 방침이다. 학교 관계자는 “입학철만 되면 음주관련 사건사고 때문에 긴장했는데 무 알코올 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며 “이미 지난해에만 절주 동아리를 중심으로 500명이 넘는 학생이 절주를 서약했다”고 말했다.
2007년 6월 결성된 대구한의대 절주동아리는 현재 26명의 회원들이 활동중이며 이상건(25··보건관리학과 4년) 회장은 지난달 24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초청으로 열린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절주 운동’에 동참하는 대학생들도 올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계명대 절주동아리 ‘주절사절’은 이달 들어 한 해 중 가장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 MT, 동아리 신입생 모집 행사 등 술자리 모임이 많은 곳을 찾아가 절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아리 박선영(22·여·공중보건학과 3년) 회장은 “처음에는 술 없이 무슨 행사를 하느냐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점차 술을 적게 마시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10월 결성된 ‘주절사절’은 현재 27명의 회원들이 절주교육 및 홍보, 주류판매업소 모니터링, 청소년 음주조장 환경개선캠페인 등의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며 금연운동과 함께 건전대학문화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경북과학대학도 몇년째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술을 일절 금지하고 있다. 이 학교 절주동아리 김수진(21·여·노인요양학과 2학년) 회장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요즘 대학생들의 세태도 그렇지만 잇단 대학생 음주 사망사고 여파로 술 마시는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학 내 절주 운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7년부터 ‘대학생 음주 문화 개선’ 사업으로 전국 18개 대학 절주 동아리에 연간 300만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부터 전국 모든 대학에 절주 동아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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