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권상우 “‘정사’처럼 파격적 멜로 도전하고파”

[쿠키人터뷰] 권상우 “‘정사’처럼 파격적 멜로 도전하고파”

기사승인 2009-03-06 16:24:02

[쿠키 연예] 배우 권상우(33)는 자신을 포장할 줄 모른다.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으니, 얼마 전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거침없는 발언으로 손해 볼 때가 많다’고 털어 놓던 모습이 연출이 아님을 그리 오래지 않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모든 질문에 꾸밈없이 즉답했다. 성실한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였다.

5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소 피곤해보였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목소리에서 쉰 소리가 났다.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이하 ‘슬픔보다…’)의 11일 개봉을 앞두고 홍보에 열심인데다 MBC 새 드라마 ‘신데렐라 맨’ 출연, 커피 사업 추진에 아기 돌보기까지 1인 다역을 하고 있으니 목에 말썽이 난 것은 당연지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염이 걸린 상황에서 마련된 인터뷰였다. 그러나 권상우는 영화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얼굴에 홍조를 띠며 말을 했다. 영화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이 전해 왔다.

권상우의 말대로 제대로 된 순수 멜로를 만난 덕분일까. ‘슬픔보다…’ 속 권상우는 예전과 다르다. 감정을 격렬하게 흔들지도 않고 눈물을 쥐어 짜내는 뻔한 멜로연기도 없다. 뒤돌아서 눈물 한 방울 떨어지는 여운 짙은 영화처럼 애절한 감정을 서서히 녹여낸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고독한 라디오 PD 케이가 되어 영화에 녹아들어 있다. 권상우는 시인 출신 감독 원태연에게 공을 돌렸다.


“감독님을 믿었기에 제 주장이 강력하게 들어간 부분은 없어요. 의문 나는 부분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합일점을 찾았고요. 서로 공감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촬영입니다.”

‘슬픔보다…’는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을 고백할 수 없는 연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원 감독의 처녀작이다. 원 감독은 줄곧 시인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연출에 임했다.

권상우는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 다소 걱정됐다. 그러나 원 감독이 쓴 시나리오에 반해 도전을 결심했다.

“유명한 감독과 안전한 배급사와 힘을 합쳐 성공하는 것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얻는 결과가 더 값질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원 감독은 시인 출신이라 언제든지 감성적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분이죠.”

권상우는 ‘슬픔보다…’를 통해 흥행 수입만 고려했다면 출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흥행이 중요했다면 박진표 감독의 차기작 ‘내 사랑 내 곁에’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슬픔보다…’ 출연 전에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로 캐스팅 됐다가 제작사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권상우는 출연 번복으로 비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당시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출연을 확정짓지 않은 이유는 박 감독과의 마찰이 아닌 제작사 측의 안일한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노 개런티로 가는 대신 일본 선판매 지분의 3분의 1 가량을 분배하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죠. 이렇게만 놓고 보면 수익 배분 때문인 것처럼 비쳐지는데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어요. 출연여부를 확정지어야 되겠다 싶어 관두겠다고 하니 지분, 러닝개런티 모두 주겠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하더라고요. 사람을 놓고 저울질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권상우는 본의 아니게 박 감독과 서먹해지면서 연락을 못했다고 한다.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님인데 함께 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스럽다”며 “‘내 사랑 내 곁에’는 반드시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박 감독님과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권상우는 각종 스케줄로 인해 녹초가 된 몸으로 귀가해도 곤히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피로가 가신다고 한다. 아들 이름은 태명 ‘루키’를 한글로 바꾼 ‘룩희’다. 생후 20여일 된 아들을 둔 아빠답게 아이 자랑이 이어졌다.

“새벽에 우유를 먹는 아이의 눈빛을 바라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요. 제 아들이지만 오목조목 정말 잘 생겼죠(웃음). 귀 모양도 괜찮고 뒤통수도 예쁘고…, 심지어 코까지 높아요.”

아이 돌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권상우는 2년 전부터 준비해 온 커피 매장을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눈물 연기가 일품이라고 해서 아시아 팬들이 지어준 ‘미스터 티어스’라는 별명을 인용해 ‘티어스’라는 이름으로 매장을 연다. 서울 명동에 120평 규모로 짓게 될 예정이며 상표 등록을 마쳤고 다음 주부터는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간다.

“팬들과 자주 만날 수 없어서 늘 아쉬웠는데 이 카페가 만남의 장소가 될 것 같아요. 팬들이 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사진이나 소품 등으로 실내를 디자인 할 겁니다. 앞으로 ‘티어스’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캠페인 사업을 펼치려고 구상 중이에요. 수익의 일부는 기부할 계획이고요.”

권상우는 한 여자의 남편이지만 작품 속에서 만큼은 자유롭고 싶어 했다. “유부남이라고 해서 캐릭터가 제한되는 것은 싫어요. 영화 ‘정사’처럼 파격적 멜로에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끝으로 그는 ‘슬픔보다…’를 통해 만인의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했다.

“여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 ‘권상우랑 같이 사는 손태영 정말 부럽다’ ‘영화 속 권상우와 데이트하고 싶다’는 말을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웃음).”

연기자는 외모가 아닌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과 희망처럼, ‘슬픔보다…’ 속 케이를 통해 한층 성숙한 연기자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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