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임창정 “‘은퇴 번복’ 비판 예상했지만 정말 부르고 싶었다”

[쿠키人터뷰] 임창정 “‘은퇴 번복’ 비판 예상했지만 정말 부르고 싶었다”

기사승인 2009-03-09 11:33:02

[쿠키 연예] 약속은 중요하다, 지키라고 있는 게 약속이다. 가요계 은퇴 선언도 일종의 약속이다. 그런데 6년 전 무대에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가요계를 은퇴했던 임창정(36)은 그것을 깼다. 뻔하게 예상되는 ‘은퇴 번복’이라는 비판, 약속을 가벼이 여긴다는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그는 복귀했다.

왜 그랬을까. 기자는 그에게 던질 돌을 들기에 앞서 그와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길지 않은 인생을 반추해 볼 때, 이런 경우 비판을 감수할 절박한 이유가 있거나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경박함이 있다. 어느 쪽인지 궁금해서 인터뷰를 신청했다. 그리고 좀더 솔직해져 보자, 우리는 약속을 깬 일이 없는가. 더 중요한 것은 약속을 깰 때의 예의와 절차를 지키는 것이 아닐까.

“마약과도 같았던 노래를 떠나 살 수 없었습니다.”

지난주 서울 청담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가수로 돌아오지 않았겠죠. 출연 의뢰가 들어온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도 여러 편 되고요. (잠시 쉬었다가) 은퇴를 번복하는 것은 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는 일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제 노래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너무 큰 욕심인가요?”

그는 1990년대 가요 시상식을 휩쓸던 과거 모습이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은퇴 후 스크린에서 맹활약했다. 대표작으로는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만남의 광장’ ‘스카우트’ 등이 있다. 임창정은 ‘스카우트’로 지난해 4월 제4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배우로 잘 나가던 그가 가수 복귀 소식을 알렸을 때 그의 노래에 목말랐던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영화계가 불황이니 가수로 돌아온 것 아니냐’며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마약 같은 노래가 부르고 싶고, 듣고 싶어서 돌아왔다”는 답변을 들으니, 이토록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6년 전 돌연 은퇴를 선언한 배경이 궁금해졌다. “떠난 거나 돌아온 거나 노래를 너무 사랑해서라고 말한다면, 같은 이유라고 한다면 믿으실까요?”.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연 설명이 필요했다.

“6년 전 그 때, 바쁜 스케줄에 쫓겨서 저를 개발할 시간이 없었어요. 노래 연습도 못하고 카메라 앞에 서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불량품’처럼 느껴졌죠. 바닥으로 추락한 제 실력이 들통 날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노래를 사랑한다면 제대로 연습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 은퇴를 발표하면서도 그의 마음에는 ‘미련’ 한줄기가 남아 있었다.

“사실 은퇴가 아니라 ‘10년 후에 돌아올게요’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더라고요. 10년을 기다려달란 게 너무 무리한 요구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10년쯤 자리를 비워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잘난 체로 비칠까 걱정도 됐고요.”

그 때 10년 후 컴백을 약속했어도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이 됐다. 6년 만에 돌아왔으니 말이다. 마음 속 자기와의 약속보다 4년이나 앞당겨 복귀한 것에 대해 친구의 응원을 들어 설명했다. “아까운 목소리 더 이상 썩히지 마라”는 격려로 용기를 불어넣어준 동갑내기 DJ D.O.C의 김창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임창정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그에게는 두 아들과 아내가 있다. 가족들은 그의 가수 복귀 선언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는 프로골퍼 출신 아내 김현주(25) 씨의 반대에 부딪혔다.

“가수로 다시 활동하겠다고 하니 ‘남자가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면 안 된다’고 만류하더라고요. 맞는 얘기죠. 아내를 어떻게 설득할까 고심하다 노래를 만들어서 들려줬더니 ‘음악적 재능이 있네. 다시 음반내도 되겠다’며 응원을 해줬습니다.”

부부일심동체라고, 도둑이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노래가 부르고 싶은 날이면 혼자 노래방에 가서 마음껏 소리를 질러대는 남편의 가슴앓이를 아내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10일 정규 11집으로 돌아온 그는 노래 ‘오랜만이야’와 ‘원하던 안 원하던’으로 활동한다.
‘오랜만이야’는 임창정의 히트곡 ‘소주 한 잔’을 만든 이동원이 작곡하고 배은정이 작사했다. 그가 과거에 불렀던 애절한 발라드와 느낌이 비슷해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원하던 안 원하던’은 가수 조규만이 작사, 작곡했다.

임창정은 오랜만에 가수로 돌아오는 만큼 앨범 작업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조규만과 함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작사, 작곡한 ‘인 더 클럽’을 비롯해 총 7곡을 작업했다. 수록곡 중에는 아내를 생각하며 만든 ‘현주에게’라는 노래가 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빠로서 느낀 점을 편지 형식으로 썼다.

“가족을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하고 있는 아내를 위해 만든 곡이에요. 두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다는 제 다짐도 담겨있고요. 과거에는 스케줄 도장을 찍듯 기쁨 없이 일했는데 이젠 가족이 있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임창정에게 2009년은 특별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수 복귀와 함께 연말에는 10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일본 음악시장 진출도 적극 고려중이다.

놓칠 뻔한 기회를 다시 잡은 임창정, 그래서 여느 때보다 더욱 큰 열의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그의 행보에 팬들을 넘어 대중들도 사랑으로 화답할지, 그의 가수인생 2막1장이 궁금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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