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금지옥엽’ 이정섭 PD “연출자가 ‘막장’ 유혹에 시달릴 때…”

‘내 사랑 금지옥엽’ 이정섭 PD “연출자가 ‘막장’ 유혹에 시달릴 때…”

기사승인 2009-03-18 23:58: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수요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월 드라마 리뷰에 이어 2월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스타를 인터뷰했다. 3월에는 주간 시청률 상위권을 기록 중인 드라마의 제작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달에는 KBS ‘꽃보다 남자’의 아트 디렉터 정혁 실장, MBC ‘하얀 거짓말’의 배한천 PD를 만나봤다. 이번 주에는 KBS 2TV 주말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전창근 PD와 공동 연출을 맡고 있는 이정섭 PD를 인터뷰 했다.

요즘 막장 드라마가 대세다. 꼬일 대로 꼬인 인물 관계, 우연의 남발, 매회 갈등 폭발 등 자극적 내용이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막장 드라마는 쏠쏠한 시청률 재미를 보고 있다. 자극적 내용으로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은 전국 시청률 40%에 육박한다. 그러나 막장 드라마가 시청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혼 가정, 미혼모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 있다. KBS 2TV 주말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이다. 제목을 들으면 신인 가수(임자영 역, 원영의)와 매니저(고가명 역, 장국영)의 이야기, 1994년 국내 상영돼 인기를 모른 영화 ‘금지옥엽’(감독 진가신)이 떠오른다. 하지만 제목에 숨겨진 뜻은 사자성어 그대로 귀한 자식을 일컫는 ‘금지옥엽’이다. 이 드라마는 장일남(박인환 분)이 금지옥엽처럼 키운 세 자식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좀 세게 갈까? 자극적 ‘막장’의 달콤한 유혹

‘내 사랑 금지옥엽’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며 주말 드라마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이정섭 PD는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호연만으로 히트하기란 쉽지 않은 세상이 됐기에 자극적 소재 유혹에 시달릴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시청률을 올리는 방법은 악인 캐릭터를 극한으로 몰고 가면 돼요. 우리 드라마 같은 경우 전설(김성수 분)의 전 아내이자 악녀인 서영주(최수린 분)를 더 격하게 몰아가면 되겠죠. 가끔 ‘조금 세게 가볼까’ 고민도 하지만 인물 간의 균형과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자제합니다.”

이 PD가 요즘 들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장신호(지현우 분), 김보리(홍아름 분), 백세라(유인영 분)의 삼각관계다. 삼각관계는 자칫 스토리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면 식상함은 기본이고 자극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바람둥이 신호가 남해의 한 섬에서 만난 보리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결혼할 처지에 놓인다. 보리는 결혼을 족쇄처럼 여기며 자신에게서 도망가려고 하는 신호를 보면서 “아이를 지웠다”며 그의 곁을 떠난다. 결혼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한 세라는 학창시절부터 짝사랑해 온 신호에게 마음을 표현, 그의 약혼녀가 된다. 세라와 결혼하려던 신호는 보리가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PD는 “시청자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이 예전에 비해 자유로워지고 다양해져 한 방향으로 몰아가기 어렵다”며 “과거 드라마의 흐름대로라면 신호가 보리에게 달려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정답이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과거에는 시청자 대다수의 의견이 공식처럼 비슷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시청자 의견이 다양해져 예측이 거의 빗나가요. ‘신호가 보리에게 가야한다’ ‘아니다. 세라 곁에 남아야 한다’ ‘보리가 외국으로 떠나야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는 “원만한 극 흐름과 시청자 반응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연출자로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 PD가 밝힌 ‘내 사랑 금지옥엽’ 흥행 요인

‘내 사랑 금지옥엽’은 지난해 10월 4일 첫 방송된 이후 평균 20% 전국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사랑을 받아왔다. 주말 저녁 8~9시에 KBS 드라마가 전통적으로 강했지만 이것만으로 ‘내 사랑 금지옥엽’의 흥행 비결을 설명하기엔 미흡하다. 이 PD의 눈을 통해 시청률 흥행 요인을 살펴봤다.

이 PD는 우선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을 섭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주 시청자 층이 아닌 각 연령대를 고려해 캐스팅 했죠. 예를 들어 50~60대는 나문희 선생님과 박인환 선생님, 30~40대는 이태란 씨와 김성수 씨, 10~20대는 지현우와 유인영을 선택했습니다.”

두 번째로 꼽은 비결은 대본이었다. 박현주 작가의 부지런함 덕분에 몇 회 분량이 미리 나오는데다 감칠맛 나는 글 때문에 극 몰입이 쉽다고 밝혔다. 54회 종영을 앞두고 현재 52부까지 탈고된 상태로, 2주 정도 먼저 대본이 나오기에 연기자는 인물의 향후 감정선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설득력 있는 연기가 가능하다.

미리 나오는 대본 덕분에 ‘특별 출연자’ 섭외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은 ‘보너스’. 그동안 ‘내 사랑 금지옥엽’에는 그룹 샤이니, DJ 홍진경, 태진아, 허수경, 오지호, 이미숙 등이 특별 출연했다. 이처럼 배우들의 인맥을 통해 섭외된 특별 출연자들은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또 음악이나 편집 등 후반 작업에 투자할 시간이 많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특급 스타가 없다는 것도 ‘실보다는 득’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급 연기자를 캐스팅 하면, 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극 전개가 단조로워진다. 또 동선이 좁아지고 이야기 소재가 한정돼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한 인물이나 특정 계층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았던 것이 꾸준히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아닌 비결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 간의 호흡을 흥행 요인으로 꼽았다. “선후배 연기자들의 사이가 좋아야 심리적으로 안정돼 연기도 잘 되거든요. 우리 팀은 분위기가 너무 좋아 탈입니다(웃음).”

오는 29일 종영을 앞둔 이 PD는 ‘내 사랑 금지옥엽’을 통해 시청자들이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길 원했다.

“우리는 가끔 물질적인 것에 눈이 어두워져 소중한 것을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내사랑 금지옥엽’이 가정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는 자극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탄탄한 대본,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호연 등을 인기 요인으로 뽑은 이정섭 PD. 전창근 PD와 함께 그 모든 것을 계획하고 아울러 낸 것이 연출의 ‘공’일 터이다. ‘막장’ 아닌 ‘착한’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내 사랑 금지옥엽’의 유종의 미를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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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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