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이종수 PD “호랑이 감독이요? 리허설 배우로 통합니다”

[쿠키人터뷰] 이종수 PD “호랑이 감독이요? 리허설 배우로 통합니다”

기사승인 2009-03-25 20:32: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수요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월 드라마 리뷰에 이어 2월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스타를 인터뷰했다. 3월에는 주간 시청률 상위권을 기록 중인 드라마의 제작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KBS ‘꽃보다 남자’의 아트 디렉터 정혁 실장, MBC ‘하얀 거짓말’의 배한천 PD 그리고 KBS ‘내 사랑 금지옥엽’의 이정섭 PD를 만났다. 이번 주에는 방영 초부터 전국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인기 몰이 중인 SBS 주말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의 이종수 PD를 인터뷰했다.

23일 낮 12시 경기도 고양시 SBS 탄현 B스튜디오는 드라마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배우와 스태프는 대사와 동선을 맞추느라 분주했다. “컷! 촬영 들어가면 목소리 크게 내주고…”. 이종수 PD의 지휘에 따라 2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 PD는 대본 수십 장에 달하는 스튜디오 분량을 두 시간 내에 끝냈다. 그렇다고 실수를 묵인한 것도 아니다. 조금이라도 극 흐름에 어긋나는 연기를 하면 곧바로 수정했다. 그의 지적은 매서운 눈빛만큼이나 예리하고 날카로웠다.

“리허설을 중요시 여기는 연출자도 많지만 전 리허설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배우가 리허설에 에너지를 다 쏟으면 정작 본 촬영에서 지치거든요.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낼 수 있도록 긴장감과 속도감을 가지고 리허설을 간략하게 진행합니다. 리허설을 짧게 끝나니 배우도 내심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대사 표현력 안 되는 배우는 캐스팅서 제외”

이 PD가 꼼꼼하게 따지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대사였다. 그는 배우의 대사 소화 능력에 따라 극의 완성도가 좌지우지된다는 연출관을 가지고 있다.

“리허설 전 2~3시간 정도 배우와 대사를 맞추면서 극의 흐름을 이해하게 만들죠. TV 드라마는 대사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극의 완성도가 달라지거든요. 배우를 뽑을 때도 ‘대사 표현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드라마처럼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일수록 대사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표현해야 하거든요.”

이 PD는 배우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직접 연기하면서 상황을 그려냈다. 이 때문에 배우 및 스태프 사이에서 ‘리허설 배우’로 통한다.

“연극영화학을 전공해 연출보다 연기 공부를 먼저 했죠. 연극단에 들어간 뒤 5~6개 작품에 출연한 경험이 있습니다. 3학년 때부터 연출자로 전향한 뒤 줄곧 연출자로만 활동했고요. 2년에 몰아 연출 일을 배우느라 힘들었지만 연기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미 주지했듯 이 PD의 배우 섭외 기준은 대사 표현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는 유호정, 윤다훈, 지수원, 박정수 등 연기 실력을 검증 받은 배우로만 주·조연진을 구성했다. 물론 가능성을 보고 투입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다 온 얀티 역의 하이옌, 오봉선(손화령 분)과 사랑에 빠지는 데니 홍 역을 가수 테이에게 맡긴 경우가 그렇다.

“단역 하나를 해도 대사를 소화해내지 못하는 친구들은 캐스팅하지 않아요. 하이옌와 테이 씨의 경우엔 걱정 반 기대 반이었고요. 지금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이상 발휘해주고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함부로 이혼시킬 수 없는 시대가 됐죠”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는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등장하다 보니 연출자의 고충이 많다. 다문화 가정, 싱글 맘 등 다소 민감한 소재가 등장해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수남(윤다훈 분)과 얀티(하이옌 분) 커플이다. 윤다훈이 동남아시아로 의료봉사활동을 간 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원주민 여자 얀티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싱글 맘’은 오금란(한고은 분)이 열연하고 있다. 인공 수정을 통해 낳은 아이 장미를 혼자 키우고 있다.

“외국인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문화 가정’이 사회적 이슈가 됐죠. 오설란(유호정 분)이 이수남과 얀티의 관계를 알게 된 뒤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고민이에요. 함부로 이혼을 시킬 수 없는 시대다 보니 신중할 수밖에 없네요. 어느 선까지 현실성을 반영해야 할지 작가와 논의를 거듭합니다.”

스타배우에만 의존해 인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만큼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작품성이 대중성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극 구성, 흡입력 강한 캐릭터,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작품을 전체적으로 매만지는 재능 있는 연출자가 필요하다. 배우의 대사와 표현력에 고민하는 이 PD의 신중함이 ‘사랑은 아무나 하나’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만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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