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알고도 키코 판 은행들, 도덕성 치명타…금융당국 책임론도

위험 알고도 키코 판 은행들, 도덕성 치명타…금융당국 책임론도

기사승인 2009-04-08 22: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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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정부와 국책 및 민간 은행이 키코(KIKO) 등 옵션상품의 위험성을 알고서도 중소기업들에게 적극 판매한 것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환헤지 상품으로 부적절하다고 결론내린 키코를 버젓이 판매함으로써 중소기업 경영을 한계상황으로 몰아갔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예견가능한 키코 사태를 적절한 사전조치 없이 방치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헤지상품 VS 투기상품=중소기업청은 2007년 하반기 이후 환율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환위험관리 우수기업 인증제’를 도입해 중소기업들에게 환헤지를 적극 권장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중소기업들에게 권장하기로 한 환변동보험, 선물환거래, 통화선물거래, 단기금융거래 등 4가지 헤지기법 외에 당초 위험한 것으로 분류했던 옵션상품인 키코를 대대적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폭등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은행들은 키코가 정당한 헤지상품이었지만 기업이 욕심을 부려 사고가 났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7일 “환헤지 기법은 기업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키코를 권장 환헤지 기법에서 제외한 것이 팔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도 “키코가 돈이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계약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환전문 컨설팅회사인 델톤의 서영호 대표는 “키코는 환율이 오를 경우 전혀 대책이 없어 환헤지를 목표로 했다면 나올 수 없는 상품”이라며 “은행의 영업을 위해 만들어진 ‘쪽박 아니면 대박’인 투기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막대한 수수료때문에 키코를 팔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은행들이 키코를 판매하면서 수수료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0.2∼0.4%의 수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소기업들은 은행들이 사실상 강매 형식으로 키코를 팔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 책임론=키코 사태를 방치한 금융당국의 대처방식도 논란거리다. 중소기업과 외환전문가들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키코 판매에 대해 적절한 규제를 하지 않았고 불공정 계약, 끼워팔기 등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다.

은행이 키코 계약 무효 가처분소송을 낸 중소기업들에게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태환 통상진흥파트장은 “은행이 소송을 막고자 기업의 법인카드 사용정지 및 예금출금 정지, 부동산 가압류 등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금융당국의 감독부실과 돈벌이에 급급한 은행의 합작품인 키코 피해를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다”며 “감사원에서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추경예산을 통해서도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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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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